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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S]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2020년엔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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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S]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2020년엔 안 되는 이유?

입력
2020.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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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2017년에는 되고 2020년에는 안 된다?.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2017년에는 되고 2020년에는 안 된다?. 방탄소년단 '봄날'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편집자주

[홍혜민의 B:TS]는 ‘Behind The Song’의 약자로, 국내외 가요계의 깊숙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 드립니다.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2017년에는 되고 2020년에는 안 된다?

감각적인 영상미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 '청춘'이라는 노래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스토리로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

2017년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WINGS 외전: YOU NEVER WALK ALONE'의 타이틀곡 '봄날'의 뮤직비디오가 만약 올해 제작됐다면 기존의 뮤직비디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바로 '뮤직비디오 심의' 때문이다.

과거 브라운관 송출용 뮤직비디오에만 요구됐던 뮤직비디오 심의는 이제 유튜브 등 웹사이트 게시용 뮤직비디오에도 필수가 됐다. 지난 4월 ETN이 내부 사정으로 음원 유통을 위한 온라인 뮤직비디오 심의를 완전 중단한 가운데, 현재 대표적인 온라인 심의 진행 기관은 SBS MTV, MBC M 등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배포를 목적으로 하는 뮤직비디오의 경우, 심의 기관의 심사를 거쳐 전체관람가·12세 이상 관람가·15세 이상 관람가·청소년 관람 불가·제한상영가 등 5단계의 등급을 부여받는다.

대중에게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을 알리는 것이 목적인 소속사나 뮤직비디오 제작사의 경우, 전체 관람가나 12세 관람가 등급을 부여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관람 가능 연령대가 낮을수록 다양한 웹페이지에서 뮤직비디오의 노출이 가능하고, 자연스럽게 접근 가능한 리스너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많은 관계자들은 "최근 온라인 뮤직비디오 심의에서는 전체관람가는커녕,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도 좀처럼 받기 어렵다"라고 입을 모은다. 예전에 비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뮤직비디오 심의 기준 때문에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진다는 이야기다.

한 가요 관계자는 본지에 "실제로 한 뮤직비디오 온라인 심의 과정에서 '철길을 걷지 말라' '지붕 위에 앉지 말라'는 등의 첨언을 전달받은 적이 있다"라며 "결국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재심의를 신청하고 나서야 원하는 심의 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해당 철길의 경우 폐철길에서 촬영했음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최근 화제가 되었던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 뮤직비디오 부적격 심의 사례(당시 블랙핑크의 경우 KBS 방송 심의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처럼 운전 중 안전벨트 미착용 등의 장면 역시 심의 부적격 판정의 대표적 사례다.

해당 관계자는 "최근에는 안전 불감증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들에 대한 심의 기준이 특히 강화됐다"라며 "청소년들이 모방할 수 있는 장면은 예외 없이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 같은 조치가 유해 콘텐츠 예방 등에 있어서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데 동의하지만, 안전상에 문제없이 촬영된 일부 장면들의 경우 다소 과도한 심의 기준이 적용된 경우도 있지 않나 싶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국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는 심의 통과를 위해 자체 심의 기준을 까다롭게 둘 수밖에 없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는 점차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여자 아이돌 그룹의 경우, 노출을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심의 규정에서 발목을 잡혀 재심의를 받아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앨범 발매 스케줄에 맞춰 촉박하게 심의 신청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처럼 예상치 못한 심의 결과가 나올 경우 발매 일정 자체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뮤직비디오 속 선정성과 폭력성 예방을 위해 도입된 심의 제도. 분명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영민하게 따라가지 못하는 '모호하고 보수적인' 심의 규정에 볼멘소리는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안전 불감증' 조장을 막겠다는 의도로 위험한 연출이 삽입된 장면에 '부적격' 판정을 내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위험한 연출이 아닌 '영상미'를 위해 삽입된 폐철길을 걷는 장면이나,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일부 사례들은 좀처럼 그 기준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MBC M 측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 뮤직비디오 심의는 영상방송물 비디오 심의 기준에 의거해 심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단순히 촬영 장소 등의 문제만으로 심의 부적격 판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가사나 뮤직비디오 내 여러 가지 요소들을 종합하였을 때 심의 통과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심의가 불가하다"라고 덧붙인 뒤 "실제로 최근 영상 비디오물에 대한 심의 기준이 강화되면서 그 기준에 의거해 심의하는 내부 기준 또한 높아졌다"라고 설명했다.

SBS MTV 측 역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구체적인 심의 기준에 대해서는 답변을 아꼈다.

심의 주체도 베일에 싸여있긴 마찬가지다. 양사 모두 뮤직비디오 심의위원 선정 기준이나 자격 요건 등에 대한 본지의 질문에 "내부적인 부분인 만큼 답변이 어렵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물론 일부 관계자들은 뮤직비디오 심의 기준에 대한 볼멘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기적으로 제기됐던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예전부터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긍정적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심의 제도가 모호한 규정들 속 발전하는 유명무실한 '꼰대' 제도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발전하는 K팝 문화에 발맞춘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뮤직비디오 심의 기준의 재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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