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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전쟁’ 3라운드서 대웅제약 판정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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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전쟁’ 3라운드서 대웅제약 판정패

입력
2020.12.17 16:00
수정
2020.12.17 19:38
17면
0 0

국제무역위, 미국 내 21개월 수입 금지 명령
결정 내용 보니... 균주·제조 공정 도용 "인정"
영업비밀 침해는 "불인정"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현지시간 16일 내린 결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현지시간 16일 내린 결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톡스 원료인 ‘보톨리눔 균주’ 출처를 싸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인 11개월간의 글로벌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사실상 패했다. 최종결정을 놓고 양측은 서로 “우리가 이겼다”고 해석하고 있다. 보톡스는 원래 의료용 약물이지만 근육 축소나 주름 개선 등 주로 미용 시술에 널리 쓰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6일(현지시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에 대해 21개월 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수입에 있어 불공정한 관행을 판가름하는 기준인 미국 관세법 337조가 근거다.

ITC는 결정문에서 “위원회 조사 결과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대웅제약의 미국 현지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보유한 나보타의 재고판매도 금지된다. 미국 대통령이 이 결정을 승인하기 전 나보타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려면 1 바이알(의학용 유리병)당 441달러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

보톡스 전쟁 1~3 라운드 경과는

보톡스 분쟁은 2016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만든 나보타가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첫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법원은 관할권을 문제로 이를 기각했다.

메디톡스는 같은 해 10월 다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이 소송은 1심 진행 중이며 4년째 변론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한 8일 2주간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재판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수도권 법원 재판장들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한 8일 2주간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재판을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수도권 법원 재판장들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올해 1월 메디톡스는 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ITC는 법원은 아니지만 국제거래와 관련한 분쟁을 다루며, 그 결과는 각국 법원을 통해 효력이 인정된다. 지난 7월 ITC은 예비결정을 내렸다. 대웅제약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미국 내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다.

엇갈린 해석… 최종 승자는?

17일 한국에 전해진 최종결정 내용은 예비결정과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미국 내 수출 금지 권고는 여전히 유지됐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메디톡스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메디톡스 측은 “도용혐의가 인정됐으므로 95점짜리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다만 수입이 금지되는 기간은 10년에서 21개월로 대폭 줄었다. 보툴리눔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웅제약 측은 “영업비밀 침해 없이 나보타를 개발한 점이 인정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웅제약은 금지명령에 대한 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한다고 밝혔다. ITC 최종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승인하면 확정된다.

대웅제약 주식은 52주 신고가 기록

한편 보톡스 분쟁 패소 소식에도 이날 대웅제약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시가 14만4,0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전날보다 가격제한폭인 30.00%까지 오른 17만5,500원에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반면 메디톡스 주가는 5.6%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ITC의 최종 판단이 보톡스 업계 전반으로 소송이 번질 우려를 잠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으로 대웅제약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호이스타정’의 기존 2상에 3상을 병합하면서 대규모 환자에 대한 신속한 연구가 가능해진 점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6월 시작된 보톡스 전쟁이 4년 6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확정된다.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6월 시작된 보톡스 전쟁이 4년 6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확정된다. 대웅제약은 즉각 항소한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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