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까지 서울 '비올코리아'에서 무료 전시
투명한 유리관 속에 떠 있는 바이올린은 290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이었다. 유럽산 단풍나무와 가문비나무로 만들어진 몸통은 큰 상처 없이 매끈했다. 악기에 매인 줄들은 "어서 연주해 달라"는 듯 팽팽했다. 이 나이든 바이올린의 정체는 '과르네리 델 제수'. 과르네리는 스트라디바리와 과다니니(혹은 아마티)와 함께 세계 3대 명품 바이올린으로 꼽히는 명기 중의 명기다. 전 세계에 150여대밖에 남아 있지 않아 프로 연주자들조차 평생 한 번 만나기 힘든 귀중한 몸이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현악기 전문점 비올코리아에 전시된 이 악기의 경우 몸값이 65억원에 달한다. 악기 가격을 떠나 역사를 품은 문화재다.
이탈리아 크레모나 출신인 이 악기는 한달 전 고향에서 다른 친구들과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과르네리의 한국 방문은 비올코리아가 이탈리아 소유주의 지원에 힘입어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써 성사됐다. 지난 6일부터 부산, 광주, 대구를 거쳐 17일부터는 서울에서 전시 중이다.
17일 한국일보와 만난 김다현(37) 비올코리아 대표는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세계적인 콩쿠르를 휩쓰는 등 클래식 위상이 올라갔지만, 악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클래식 악기를 널리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과르네리 전시는 그 신호탄이다. 전시된 악기는 과르네리 가문의 마지막 제작자로 알려진 바르톨로메오 주세페 과르네리(1698~1744)가 만든 작품으로, '델 제수'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바이올린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파가니니도 생전 '델 제수'를 썼다. 한국에 온 '델 제수'는 또 다른 거장 제작자 카를로 베르곤지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정경화 등 최정상 연주자들이 과르네리를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스트라디바리가 정직하고 안정적인 소리를 내는 데 비해 과르네리는 처음 연주하는 순간부터 소리가 변하는 악기"라며 "그런 예측 불가능한 음향을 길들인다는 점이 연주자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깊은 소리가 강점인 과르네리는 묵직한 저음 곡에서 빛을 발한다.
20일까지 열리는 서울 전시에서는 과르네리뿐만 아니라 다른 이탈리아산 명품 악기 10여대도 만날 수 있다. 비올코리아 측은 내년 가을 스트라디바리우스 전시도 구상 중이다. 나아가 2022년에는 바이올린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크레모나의 박물관과 협력해 국내에 '크레모나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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