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차량서 뇌출혈로 쓰러져...수술 후 의식 회복해
노동부 "대형유통업체 배송기사, 하루 약 200개 배송"

지난달 13일 서울 시내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한 기사가 배송준비를 하다 짐칸에서 라면을 먹고 있다. 정부는 전날 택배사별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등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실태점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던 50대 택배기사가 또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택배노동자들이 사망하거나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등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과중한 업무가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심지어 배송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은 휴게시간도 거의 없이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A씨는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뇌출혈로 차량 운전석에 쓰러져 있던 A씨는 아파트 단지 안에 택배 트럭이 오래 정차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아 다행히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A씨가 오전 7시~오후 9시까지 하루 14시간 이상 일해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이 넘어갔다"며 "A씨는 하루에 택배 270∼280개의 분류와 배송 등으로 과로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체 3곳의 배송기사와 물류센터 근로자 4,98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배송기사는 하루에 10시간가량 일하며 약 200개의 택배를 배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배송기사들의 근로시간은 성수기 기준으로 8~10시간이 44.1%, 10~12시간은 40.2%였다. 성수기 평균 근로일수는 5일(66.9%)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이들은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응답자의 52.3%는 일주일에 점심을 먹지 못하는 날이 있다고 했고, 점심을 해결하더라도 배송차량에서 해결(29.9%)하거나 편의점에서 먹는다(17.6%)고 밝혔다. 배송기사 중 84.5%는 계약직이었고, 정규직은 13.0%에 불과했다. 월 평균 보수로 200~300만원을 번다는 답변이 68.1%로 가장 많았다.
고용부는 세 업체의 근로감독 실태조사 결과 총 19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한 사업장은 배송량이 늘자 배송기사에게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고, 11시간 이상 연속 업무를 주며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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