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첫 회의에서 김지형 위원장(오른쪽)이 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법에 어긋남 없이 정도 경영을 하는지를 감시·통제하기 위해 세워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 1년을 앞두고 있다. 준법위는 지난 1월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설립됐다. 출범 당시엔 이 부회장의 감형을 이끌어 내기 위한 '면피용'이란 뒷말도 흘렀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들이 준법위의 권고사항을 착실히 수행하면서 준법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준비 작업에 착수한 준법위의 공식활동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하고 2월초부터 시작됐다. 매주 첫째 주 목요일 정례회의를 열고 협약에 동참한 7개 관계사(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화재)의 준법감시 체계를 점검했다. 준법위는 각 회사의 이사회 내부에 소속된 하부 기구가 아니라 회사 외부에 세워진 독립 기구다. 준법위는 출범 당시부터 준법위 운영의 첫째 원칙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꼽고 삼성의 개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 10개월간 준법위의 '숙제' 대부분을 처리했다. 우선 지난 5월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냈다. 당시 준법위는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다"며 이 부회장이 국민들 앞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또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 △시민사회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 △준법위 존속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조치 마련 등도 주문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기자회견을 통해 "준법위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권 승계 논란과 관련해선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은 하지 않겠다"면서 "자녀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며 ‘4세 승계’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는 준법위 요구 조건엔 없었던 내용이다.
총수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삼성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하기 위해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설치한 데 이어 노조 활동도 허용했다. 난제로 꼽혔던 반도체·액정화면(LCD)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에 걸린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 작업도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은 또 지난 10월 준법위를 직접 찾아가 "국민께 약속한 부분은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며 준법위를 항구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준법위의 실효성을 진단해 달라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사진)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강 전 재판관은 준법위에 대한 세부평가에서 전체 평가 항목 가운데 적지 않은 항목에서 호의적인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재판관은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제도는 법령 개정이 없는 한 지속할 것"이라며 "준법감시조직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 변화"라고 전했다. 다만 준법의 실효성에 대해선 "준법위의 권고 미이행시 제도적으로 강제할 방안이 없다"며 일부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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