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급조 인테리어 논란
LH " 정리 중... 본보기집으로 쓸 것"
단지 입주민들 "그냥 살 만하다"
16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 행복주택 단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방문했던 임대아파트 218동 107호는 닫혀 있었다. 지나가던 아파트 관리자에게 물었다.
“대통령이 다녀간 방을 구경할 수 있을까요.”
“지금 공개할 수 없어요.”
“잘 꾸며놓은 방인데, 왜 못 보는 거죠.”
“언론에 기사가 많이 나오기도 했고…이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관리한다고 하더라고요. LH에 한번 물어보세요.”
문 대통령이 "살기 좋은 아파트"라고 극찬했던 집은 4,000만원 가량의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고친 것으로 이날 알려져 논란이 됐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LH는 문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각각 41㎡와 44㎡ 규모 아파트 호실 인테리어에 총 4,290만원을 지출했다.
이에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하니, 보증금 약 6,000만원에 월 임대료 19만~23만원 가량인 아파트를 고가에 ‘보여주기식’으로 급히 꾸민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에 LH 관계자는 “새 단지에 본보기집은 기본적으로 만드는 것인데, 미분양 세대가 있어 별도의 모델하우스 대신 빈 집에 만들었다”며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대통령 방문으로 급히 만든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본보기집을 이날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정리할 것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해당 세대는 입주 계약 완료 시까지 본보기집으로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괜찮은 수준이지만, 살고 싶기까지는..."
아파트 단지는 지난 8월 입주를 시작한 만큼, 비교적 깔끔했다. 이날 단지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다수가 만족감을 표했다. A씨는 “층간 소음만 조금 있을 뿐, 살기 좋다”고 했고, B씨는 “교통 인프라 빼고는 괜찮다”고 말했다. C씨도 “복불복인 것 같지만 우리 집은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누구나 살기 좋은 아파트라고 언급한 부분에는 고개를 저었다. 친구 집에 놀러 왔다는 D씨는 “그냥 살만하지, 살고 싶은 것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논란이 된 ‘44㎡(13평) 4인 가족’ 발언을 언급하자 딸 1명을 둔 E씨는 “아이 둘을 키우며 살기에는 좀…”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온라인에선 쏟아지는 불만
이날 직접 만난 입주민이 대체로 만족감을 전한 것과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만이 쏟아졌다.
김은혜 의원이 LH에서 받은 민원 목록에 따르면, 한 복층 세대 입주민은 “1층 스위치는 없을 수도 있으니 그냥 2층 스위치로 사용하라는 통보, 베란다는 개인 할당 공간이 아니니 물이 썩든 말든 마감에는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입주한 곳이 1층과 2층에 베란다가 위치하고 있는 구조인데, 2층 베란다에 배수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 경우 배수구도 같이 공사를 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 드렸지만 (LH에서) 건축법에는 위배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건축법에 위배되지 않으니 만일 스프링클러가 터지면 배수 되지 않는 집에서 헤엄이라도 쳐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누수와 곰팡이 문제를 호소하는 입주민도 있었다. 한 민원인은 “복층형 구조인데 1층은 현관 천장부터 거실 벽면, 거실 천장 전부 곰팡이로 범벅”이라며 “집이 이 모양인데도 알아서 들어오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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