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초유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제청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확정됐다. 문 대통령은 16일 저녁 청와대를 방문한 추 장관으로부터 검사징계위원회 징계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바로 결재했다. 이어 추 장관이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하고, 문 대통령은 숙고하겠다는 말로 수용할 뜻을 밝혀 외견상 추ㆍ윤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추ㆍ윤 갈등은 한고비 넘게 됐으나, 윤 총장을 발탁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주문했던 문 대통령으로선 정치적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들께 매우 죄송하다”고 짧게 사과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에 그친 사과와 입장 표명은 사태의 심각성과 파장에 비춰 미흡하다.
지난 1년 동안 추ㆍ윤 사태가 더는 밀릴 곳이 없다는 듯 극한 대치를 해온 데는 문 대통령이 방치한 측면이 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정국을 혼돈에 빠트리는 데도 꼬인 매듭을 풀려 하지 않았다. 윤 총장 징계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그 사이 추ㆍ윤 사태는 검찰과 집권 세력의 갈등과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권력기관 다툼에 개입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나고, 정쟁에 휘말리는 이유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의 징계 효력이 시작되고,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지금 더 이상의 모호함은 혼란의 방기에 가깝다. 공이 청와대로 넘어온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명시적인 입장을 밝혀 갈라진 여론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더욱 시급한 것은 윤 총장 징계사유와 절차의 적절성에 반발하는 검찰조직을 추스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방안을 소상히 밝히는 일이다. 사회가 극단으로 갈려 갈등하는 문제에 대통령이 침묵한다면 피로감이 커질 대로 커진 국민 눈에는 불통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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