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빈(오른쪽)이 16일 6년 총액 56억원의 조건에 두산과 FA 계약을 한 뒤 전풍 사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산 제공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 이슈는 두산발 '엑소더스(Exodus)'였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두산이 7명이나 배출한 팀내 FA 중 과연 몇 명을 잡을 지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선방'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141억원을 쏟아 부어 핵심 선수인 허경민과 정수빈을 붙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장기 계약 승부수가 통했다. 외부 FA를 영입하는 구단 입장에선 4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 쉽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 게 주효했다.
두산은 16일 정수빈과 계약 기간 6년에 계약금 16억원, 연봉 36억원, 인센티브 4억원 등 총액 56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4년 40억원으로 참전한 한화에 연평균 금액에선 밀렸으나 장기 계약으로 정수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9년 입단해 줄곧 두산에서만 뛰 프랜차이즈 스타 정수빈은 폭넓은 수비 범위와 정교한 타격으로 '두산 왕조'를 이끈 핵심 멤버다. 올 시즌에도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 15도루, 84득점으로 활약했다. 계약 후 정수빈은 "좋은 조건을 제시해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6년을 보장받았지만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예전보다 더 열심히 뛰어다니겠다"며 "은퇴할 때까지 '원클럽맨', '베어스맨'이 된 것 같아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두산은 허경민도 최장 7년(4+3년) 총액 85억원으로 눌러앉혔다. 최주환(SK)과 함께 '최대어'로 꼽힌 허경민 역시 여러 구단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향후 7년이나 더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담보 받았다는 점에서 잔류를 택했다.
물론 두산으로선 141억원이란 금액 조달 자체가 만만치는 않았을 것이다. 두산은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핵심 계열사를 매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야구단이 이천 베어스파크를 담보로 약 290억원을 확보하면서 실탄을 장착했다. 선수단 연봉을 포함한 내년 시즌 운영비도 해결해야 하지만 계약금만 선지급하면 되는 FA 금액도 일부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두산은 최주환과 오재일(삼성)을 놓쳤지만 허경민을 잔류시켜 내야진의 붕괴를 막았다. 이어 정수빈과 계약으로 박건우와 함께 1990년생 동갑 트리오를 지키면서 구단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았다. 두산은 남은 유희관 이용찬 김재호와도 적극적으로 협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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