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패션계는 어떻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과 전략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해, 2021년 패션계가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참고하길 조심스레 제안해 본다.
전성기 시절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유재석 MC 콤비의 저력이 발휘된 ‘놀면 뭐하니’가 ‘본캐’와 ‘부캐’로 한국을 들었다 놨다 한 2020년이었다. 온라인 게이머들이 쓰는 표현인 ‘본캐’는 게임 시작부터 쭉 키운 캐릭터를 말한다. ‘부캐’는 본캐로 못 해 본 것이나 본캐가 지루해질 때 쓰는 다른 캐릭터이다. 가령 본캐인 전사로 주로 게임을 하다 가끔 부캐인 마법사로 새로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본캐, 부캐가 완전히 새로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과거 무한도전은 늘 새로운 캐릭터를 설정하여 도전하는 플롯(plot)으로 성공했었다. 물론 놀면 뭐하니는 이와는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내재된 도전이란 플롯은 같다. 플롯은 스토리와 다르다. 스토리가 이야기의 내용 그 자체라면 플롯은 모험극, 로맨틱 코미디처럼 이야기 성향에 따른 특징적 서사의 구성 요소나 사건의 발생과 해결의 흐름을 뜻한다.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이라는 성공 플롯을 축으로 삼아 성공적으로 피벗(pivot) 한 것이다. 피벗은 농구에서 따온 개념이다. 공을 든 선수가 땅에 디딘 한쪽 발을 축으로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보며 돌파구를 찾듯이, 원래 하던 산업의 노하우 또는 강점을 축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트위터도 피벗을 통해 탄생했다) 인물로 보면,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의 도전극 플롯을 중심으로 피벗 하여 본캐와 부캐로 콘셉트를 명확히 하고 고정 멤버 대신 부캐에 맞는 멤버를 그때마다 영입하는 플롯을 추가했다. 유재석 MC는 본캐가 이끄는 선한 포용력을 중심으로 유두래곤, 지미유 등의 부캐로 피벗 하여 익숙한 새로움을 선사했다.
다시 패션계로 돌아와서 설명하면, 누구나 각자의 무한도전 같은 성공의 전성기가 있었을 것이다. 성공했을 때의 상황과 환경은 지금과 달라도 그 안에 내재된 성공을 이끈 그 기업만의 성공 방식인 플롯은 현재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벗을 위해 기업 내부분석을 하여 상황과 환경을 배제한 기업의 강점인 성공 플롯을 찾아야 한다. 플롯의 요소는 크게 지지 고객, 인프라, 내부 인력의 암묵지, 기술적 노하우일 것이다. 그 후에 상황과 환경에 맞게 플롯을 재정비해야 한다. 본캐와 플롯이 모험극 장르인데, 갑자기 로맨틱 코미디로 성공할 순 없다. 그러나 모험극 본캐의 어린 시절 첫사랑 플롯(로맨틱 코미디)을 더해 로맨티스트라는 부캐를 만들어 피벗 할 순 있다.
피벗은 어쨌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니 기동력이 좋을수록 좋다. 최소한의 ‘준비 기간, 자금, 인력’으로 하자. 피벗은 본래 위기의 시점에서 한다. 덧붙여서 김태호 PD와 유재석 MC 포지션은 내부 인력으로, 본캐에 부캐를 입혀 줄 린다 G나 비룡과 같은 전문가는 외부에서 차출하면 어떨까? 이를 위해서 먼저 본캐의 노하우를 극대화할 노와이(Know Why: 이유나 동기의 규명)를 내부적으로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왜 지금 그 신규 분야로 진출해야 하는가에 합의해야 부캐와 멤버를 영입할 수 있다.
돌고 도는 유행처럼 본캐와 부캐로 패션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왔단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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