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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백신은 이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의 유일한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덩달아 제약업체들은 ‘돈 방석’에 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160만명이 감염병에 희생된 상황에서 백신 개발의 과실(果實)은 소수에게만 돌아가 “제약사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반면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개발에 뛰어든 만큼 충분한 보상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논쟁이 불 붙고 있다.
매출 최대 200배 껑충 '돈벼락'
16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미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내년에만 320억달러(35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CNN방송은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인용, “화이자는 내년에 올해 백신 매출(9억7,500만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190억달러(20조8,000억원)의 수입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2023년까지 접종이 이어지면 93억달러가 더해진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 역시 몸값이 높아졌다. 미 나스닥에 상장된 이 회사 주가는 올해 3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모더나도 올해 주가가 무려 700%나 폭등했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코 앞에 두고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내년 이 회사의 백신 매출이 132억달러(14조4,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매출이 고작 6,000만달러(65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잭팟’이 터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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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사추세츠주 노우드에 위치한 모더나의 제조시설. 노우드=AFP 연합뉴스
정부 지원받고도 과실은 전부 꿀꺽?
그러나 제약사들의 ‘대박’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는 않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정부와 비영리단체로부터 엄청난 자금을 지원 받고도 이윤을 공공을 위해 쓰지 않고 몽땅 가져간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 모더나는 미 연방정부로부터 연구ㆍ개발비 명목으로 약 9억5,500만달러(1조400억원)를 챙겼다. 그럼에도 스티븐 호게 모더나 의장은 7월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백신을 원가로는 팔지 않겠다”며 영리 추구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는 주가가 뛰자 174만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납세자 권리보호 단체 ‘어카운터블US’의 일라이 주프닉 대변인은 CNN에 “납세자들에게서 나온 막대한 보조금으로 백신을 만든 제약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지원금을 거절했던 화이자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존 영 화이자 최고사업책임자(CBO)는 “현 상황이 매우 특수하다는 점을 알기에 이를 백신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지구촌의 불행을 특정 집단의 재산 축적 수단으로 삼는 게 정당하느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이들의 이윤 챙기기는 경쟁 업체인 존슨앤존슨과 아스트라제네카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이윤을 남기지 않기로 한 것과 대비되면서 더욱 비난 받고 있다. 현재 화이자 백신 가격은 18~19달러로 책정돼 있다. 모더나는 25~37달러, 아스트라제네카 4~8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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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제조사별 비용. 그래픽=박구원 기자
“위험 감수 보상 해야” 반론도
하지만 위험 감수에는 ‘수익창출’이란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반박 여론도 작지 않다. 실제 백신 개발은 리스크가 크다. 개발 완료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데다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탓이다. 영국 BBC방송은 “과거 지카바이러스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백신을 연구했던 회사들은 큰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역시 백신 개발부터 유통까지 수천 명의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생명과학 시장조사업체인 ‘에어피니티’의 라스무스 베흐 한센 최고경영자(CEO)는 BBC에 “민간기업이 이익 없이 백신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며 “회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빠르게 움직였으며 연구개발 투자도 상당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수익 증가가 제약업계 발전에 효과적이란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IB 니덤의 앨런 카 애널리스트는 “모더나와 화이자의 이익 창출은 향후 의료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데 동기 부여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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