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던 올해 3월, 서울 마포구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소상공인 대출과 신용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몇 달만 버티면 사정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추가 대출을 알아보는 동안에도 대학가 경기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A씨는 "빚만 잔뜩 쌓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1년이 지나가버렸다"며 "내년엔 진짜 폐업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재확산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역대 최대 규모 빚더미에 올라 앉은 자영업자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소비 위축을 막고자 금융당국이 대출 만기와 이자유예 조치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금융사들은 내년 본격화될 '부실 폭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모두가 부채의 짐을 잔뜩 진 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대출 반년만에 70조 폭증
17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작년말보다 70조2,000억원 늘어난 755조1,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약 60조원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불과 반년 만에 이를 넘어선 것이다. 대출자도 6개월 만에 38만2,000명 늘어나 229만6,000명까지 불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이 모든 대출을 동원해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크게 늘어난 대출은 위기 이후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런 빚 부담을 줄여줄 돌파구인 민간소비는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다. 거리두기 3단계에선 2.5단계보다 18만개 증가한 44만5,300개에 달하는 장소가 집합금지 대상이 된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 연간 민간소비가 13.4%, 3단계 때는 16.6%나 급감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자영업자가 몰려있는 서비스업은 거리두기의 충격이 더 크다. 이달 9일 정부가 내놓은 저금리 2,000만원 긴급대출 상품은 시작 30분 만에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소상공인 수요가 몰렸다.
"내년이 더 걱정" 우려 고조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금융당국은 이미 내년 3월로 한 차례 연기한 소상공인 대출만기 기간을 다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내년 3월이 바로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적응할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은행 등 금융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실 리스크를 안고 내년을 맞이해야 한다. 이달 4일 기준 금융권 전체 대출 및 보증 규모는 260조원으로, 이 중 기존 대출과 보증 만기 연장은 149조6,00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이 부실채권에 대비해 쌓아둔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말 대비 20.8%포인트 오른 130.6%포인트에 달했다.
자영업 위기는 내년에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자영업자 채무가 이미 위험 수위이긴 하지만, 정부가 계속 대출 창구를 막으면서 오히려 사금융 쪽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기연장) 유예 조치가 끝나는 내년 상반기엔 후폭풍이 지금보다 훨씬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25%나 되는데, 이들이 주로 돈을 빌리는 건 2금융권"이라며 "향후 금리가 인상되거나 하면 대기업보다 훨씬 쉽게 무너질 것이고, 은행권까지 위험해 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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