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개발이 늦어지면서, 대신 국내에서 개발 중인 치료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치료제를 확보하되, 너무 큰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16일 "코로나19 환자 A씨에게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투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 밝혔다. 투여 여부는 18일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A씨는 백혈병을 앓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다. 항암제를 쓰려면 코로나19부터 잡아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GC녹십자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공급한 혈장치료제는 이미 썼다. 이젠 항체치료제 이외에 더 쓸 수 있는 약이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1일 이번 치료에 한해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를 쓰라고 승인했다. 이는 식약처가 국산 항체치료제에 대해 치료목적 승인을 해준 첫 사례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자료를 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은 18건이다. 이미 환자들에게 투여되고 있는 ‘렘데시비르’를 제외하면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한국엠에스디의 독감치료제, 한국릴리의 관절염치료제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셀트리온은 '내년 초 상용화'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회의에서 “백신 이전 치료제부터 먼저 사용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하다. 당장 서울아산병원부터 그렇다. 김성한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식약처 승인에 대해 “본격 치료보다는 학술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며 “항체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할지, 발휘한다 해도 이 환자 이외 다른 환자들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다 예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을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치료제 ‘타미플루’의 경우, 신종 플루 유행 이전에 이미 개발됐던 약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타미플루 수준으로 강력한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기엔 아직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해외에서 거론되는 치료제 역시 효과가 너무 과대포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백신과 마찬가지로 치료제 역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확보해둬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약들은 효과가 적거나 일부 단계에만 효과를 보인다”며 “이런 약들을 여러 가지 확보한 다음 다양하게 조합해서 쓰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직접적 효과는 없다 해도 중증 진행을 막거나, 중환자의 빠른 회복 정도는 도울 수 있다.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중환자 병상이 고갈되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치료제가 있으면 일단 중환자 병상 운용에라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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