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대 1 경쟁률 뚫고 뮤지컬 '검은 사제들' 캐스팅된 신인 박가은 김수진 장민제
한국형 오컬트(악령 등 초자연적 소재를 다룬 장르) 영화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검은 사제들'(2015)이 내년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다. 극의 주인공은 마귀를 쫓는 사제 2명이지만,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인물은 따로 있다. 악마가 몸에 들어온 여고생 이영신.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된 배우 박소담은 신인 시절 이 역할로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한 바 있다. 내년 2월에 올라갈 공연에서는 신인 배우 박가은(26), 김수진(22), 장민제(22)가 이 역을 꿰찼다. 무려 400대 1에 달하는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서다.
1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캐스팅 비결을 두고 장민제는 "평소 표정이나 눈빛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진은 "마귀에 빙의된 이영신은 여러 목소리를 내는데, 나만의 다양한 보이스톤이 장점"이라고 했다. 박가은이 내세운 무기는 "많은 오디션 경험과 순간 집중력"이다.
극의 절정은 침대에 묶인 이영신과 사제들의 구마의식(마귀 퇴치) 장면. 얼굴이 뒤틀린 채 알 수 없는 외국어를 지껄이며 신부를 위협하는 이영신은 섬뜩하고 기괴하다. 김수진은 "센 캐릭터지만, 배우로서 모든 걸 표출하고 다양한 표정을 보여줄 수 있어 오히려 설렌다"고 말했다. 박가은은 "악마가 들어오기 전후로 나타나는 변화가 뚜렷해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기대했다. 여린 여고생이지만 "끝까지 (악마를) 붙잡고 있겠다"며 의지를 나타내는 대목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2의 박소담'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장민제는 "조심스럽지만 '제2의 박소담'이 되기 보다는 우리만의 역량을 발휘해서 장민제, 박가은 김수진의 이영신으로 재해석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크린이 무대 예술로 재탄생하는 만큼 차별화 지점도 중요하다. 장민제는 "구마의식만 해도 원작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면서 "관객들이 놀랄 만한 신선한 이야기와 연출이 기다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르 특성상 이영신이 부를 노래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김수진은 "막연히 무서운 노래는 아니고, 배우의 감정이 묻어나는 감동적인 멜로디"라며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라이브의 묘미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동일한 역할을 연기하다 보니 셋 사이에 경쟁 심리가 생길 법도 하다. 이런 시선에 대해 김수진은 "각자의 장점이 달라서 장면마다 다른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며 서로 공부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민제도 "관객들이 누가 더 연기를 잘한다고 느끼기보다는 배우마다 매력이 다르다고 봐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제 막 공연계에 데뷔한 20대 신인의 꿈은 소박하고, 정직하다. 박가은은 "코로나19 탓에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집에서 연기 연습을 하며 스스로를 갈고 닦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어떤 역할이든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 '검은 사제들'은 내년 2월 25일부터 5월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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