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국민의힘, 탄핵의 강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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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과 국민의힘, 탄핵의 강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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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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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한 속죄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1,600자 원고 가운데 ‘사죄’ ‘잘못’ ‘반성’ ‘사과’ 등 속죄의 의미를 담은 단어만 15차례 담겼을 정도로 통절한 내용이었다.

예고된 일이었지만 이날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당 내부에도 거센 파장을 몰고 왔다. 당의 앞날을 위해 김 위원장의 사과가 필요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일각에서는 반발도 튀어나왔다. 다만 김 위원장이 사과를 통해 '과거와의 결별'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면서, '탄핵의 강'을 넘어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에 이견이 많지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10년 동안 권력 운용을 잘못한 것에 대해 국정을 책임졌던 세력으로서 사과한다"고 밝혔다. 뉴스1



15번의 사죄 표명... 당과 전직 대통령 과오 구체적으로 적시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선 김 위원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상태에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2016년 12월 9일 이후 4년 만에 국민의힘 계열 정당 대표 자격으로 첫 공식사과를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들의 과오에 대해 당의 책임이 무겁다는 점부터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 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유임 받게 된다"며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다"며 "오히려 자리에 연연하며 야합했고, 역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지혜가 없었으며, 무엇보다 위기 앞에 하나되지 못하고 분열했다"고 과거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구체적인 과오에 대해서도 비켜 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면서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 과정의 편의를 봐준 혐의가 있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 혐의에 공통적으로 엮여 있는 삼성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직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도 거론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오대근 기자


여권의 폭주도 꼬집고...강력한 쇄신 의지 드러내

과오와 이에 따른 책임을 인정한 김 위원장은 미래를 얘기했다. 그는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과 경제에 대해 한층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우회적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성숙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며 "하지만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최근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속에 일방적인 독주를 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김종인의 사과가 국민의힘 사과?" 여권 회의적 기류

전향적인 김 위원장의 사과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잘하신 일”이라며 “김 위원장께서 당 전체를 그런 방향에서 잘 이끌어 달라”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에서는 "전체 구성원 마음을 모으지 않은, 비대위원장만의 사과가 과연 진정한 사과가 될 수 있겠느냐"(우상호 민주당 의원) 등의 회의적인 기류가 적지 않았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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