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백신 전쟁'에서 밀려난 네 가지 이유,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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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백신 전쟁'에서 밀려난 네 가지 이유, 이렇다

입력
2020.12.16 04:30
수정
2020.12.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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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시티의 생앙투안느 요양원에서 지젤 레베크 할머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레베크 할머니는 캐나다의 첫 접종자다. 캐나다는 내년 1분기까지 300만명, 9월까지 전체 인구 3,800만명 중 대부분에게 접종할 계획이다. 퀘벡시티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15일까지 한국 정부는 "4,400만명분을 확실히 확보했다"는 말 외엔 도입 시기, 접종 시기와 대상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성 등을 고려했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정부의 백신 대처가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상황은 더 악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이 유일하게 1000만명 분에 대해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승인이 늦어지고 있고, 이미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의 백신은 물량 부족 때문에 추가 확보를 위해선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백신 문제를 적극 해결하지 못하면, 'K방역'이 '백신 디바이드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의 백신 대응 실패 원인으로는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 비용에 대한 두려움, K방역 효과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국력의 차이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①안전성 "4월부터 나온 백신 구매 주장, 묵살했다"

백신을 두고 정부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는 '안전성'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워낙 급히 개발되는 백신이라 효능이나 안전성 문제를 찬찬히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얘기는 다르다. 해외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은 3월부터 시작됐고, 이미 6월부터 선구매 경쟁이 치열해졌는데, 우리 정부는 7월에야 구매 협상에 나섰다는 점을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국가들은 지난 3월 백신 개발이 시작될 때 이미 선구매 계약을 한 국가들"이라며 "안전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백신은 일단 최대한 확보해놓고 보는게 중요하는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안전성 문제야 일단 확보해둔 뒤 우리나라 식약처로 하여금 세밀하게 검증하게 하면 될 일이었다"며 "안전성 때문에 선구매하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4월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10만원 정도라도 떼서 백신을 사두자 주장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구매하게 될 글로벌 제약사 아스타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의 일러스트. 로이터 자료사진


②비용 "아스트라제네카, 저렴하다고 선택했을 것"

백신을 선택할 때 지나치게 가격을 따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1회분 가격이 각각 20달러, 37달러다. 반면, 우리가 선구매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1회 분 가격은 3~4달러 수준이다. 여기다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 모더나의 백신은 영하 20℃를 유지해야 해서 운송, 보관비용이 더 붙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백신 개발 조기에는 어느 백신이 성공적일런지 가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천은미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돈이 많이 들어 계약을 미룬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국내 생산이 가능한데다 싼 가격이어서 계약을 먼저 체결했을 것"이라 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몇달 전 독감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금 남아 있는 독감백신이 500만명분"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비용을 누가 책임지느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 말했다.

이건 코로나19에만 한정된 게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한국은 백신 구매시 저가입찰을 원칙으로 움직여왔고 이 때문에 백신 공급이 중단됐던 적도 있었다"며 "한국도 먼저 나서지 않았겠지만, 다국적 제약사 역시 싼 가격을 부르는 한국에 먼저 공급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라 추론했다.

③K-방역 "방역 구멍 많았는데도 성공에 도취"

이는 'K방역'의 성공에 지나치게 도취됐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만으로도 코로나19 확산세를 일정 정도 잠재우는데 성공하면서 "굳이 서둘러 백신을..."이라 판단했다는 얘기다.

김우주 교수는 "K방역이 일정 정도 성공적이긴 했지만, 대만처럼 아예 입국을 저지한 것도 아니어서 방역 자체는 구멍이 많았다"며 "겨울 대유행에 대비하란 경고와 바이러스에 대한 최종 해결책은 결국 백신이라는 지적이 잇달았음에도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우리나라 상황이 그리 급박하지 않았고,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에 늦었다는 건 결과론적인 비판"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방역당국 관계자도 "내년 2,3월 도입, 이후 접종 일정은 지금으로선 변화가 없다"며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도 이해하지만 협상이 끝나야 모든 것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④국력 "턱없이 부족한 백신 경험"

앞으로 이어질 백신 확보전에서 이같은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초기 대응이 늦었고, 이를 만회할 후속 대응도 마뜩찮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종합적인 국력의 차이가 일정 정도 반영될 수 밖에 없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전에 비교적 뒤늦게 참가한 일본도 인구의 2배 이상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 정부가 소극적인 측면도 있었겠지만, 외교력 등 전반적인 국력에서 못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체 백신 개발도 아직 멀었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냉정할 지 몰라도 미국이나 유럽의 제약사들이 백신을 자국에 먼저 공급하려는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세계 백신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탄탄한 편인데 화이자 백신 같은 '메신저RNA'(mRNA) 방식이 낯설어 우리나라가 개발에 고전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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