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법무부 백악관에 밀착시켜"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 ‘충성파’로 꼽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겉으론 사임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대선 불복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결국 ‘토사구팽’ 당한 꼴이 됐다. 그 역시 트럼프가 휘두른 인사 칼날의 희생양이 됐지만, 사법권 훼손 등 바 장관이 남긴 나쁜 유산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바 장관이 크리스마스 직전에 가족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리 로젠 법무부 부장관이 후임을 맡을 것이란 말도 곁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과의 사임장도 공개해 자진 사퇴임을 강조하려 했다. 바 장관은 “법무장관으로 미국민과 행정부를 위해 일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눈 밖에 나 쫓겨난 것이란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대선이 결정타였다. 그는 대통령의 불법 선거 주장에 “대규모 사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 헌터가 세금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대선 기간에 공개하지 않아 트럼프의 분노를 샀다. 언론도 경질설에 힘을 실었다. CNN방송은 이날 “지난 몇 달 동안 보좌관들이 대통령이 바 장관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만류했고, 트위터에 ‘매우 좋은 관계’라고 설명했듯 절충안을 찾았다”며 “그럼에도 바 장관이 직접 사퇴 요구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나가라”고 등을 떠밀지는 않았으나 바 장관이 사퇴 압력을 느껴 스스로 물러났다는 의미다.
중도 사퇴하긴 했어도 재임 기간 그의 행보에는 비판적인 시선이 훨씬 많다. 당초 바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내각에서 트럼프를 엄호하는 대표적 충복이었다. 지난해 2월 임명된 그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보고서를 축소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그간 트럼프의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올 2월엔 트럼프의 전직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 재판에서 대통령 요구에 떠밀려 검찰의 구형 형량을 뒤집어 검사 줄사퇴 사태를 부르는 등 이른바 미국판 ‘검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바 장관은 반세기 동안 어떤 장관보다 법무부를 백악관에 밀착시켰다”면서 “통상 선거ㆍ정치와 거리를 뒀던 법 집행 공무원들과는 달랐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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