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퀸’ 타이틀에도 우승은 국내 대회 2번뿐
코로나19로 출전자격 넓어지며 첫 미국 무대
막판 3연속 버디로 ‘5타차’ 역전 드라마
“너무 얼떨떨 제 플레이가 누군가에게 희망됐으면”
세계 랭킹 94위였던 김아림(25ㆍSBI저축은행)이 여자골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입단한 김아림은 데뷔 초부터 얻은 ‘장타 퀸’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기대치 않게 출전하게 된 첫 미국 무대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가장 낮은 세계 랭킹으로 US여자오픈 우승을 따낸 선수로 새 역사를 썼다.
김아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6개와 보기2개로 4타를 줄이며,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김아림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ㆍ솔레어)과, 에이미 올슨(미국)을 1타차 공동 2위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 종료까지만 하더라도 김아림은 선두와 5타 차이나 나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마지막 3개 홀을 남겼을 때도 선두에 2타 뒤졌다. 하지만 김아림은 16번 홀부터 3연속 버디로 대역전극을 썼다. 16번 홀(파3)에서 1m 버디 퍼트를 성공해 선두였던 올슨을 1타 차로 따라붙었고, 17번 홀(파4)에서는 탭인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까다로운 내리막 버디를 성공하며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5타 차를 마지막 라운드에서 뒤집고 우승한 건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이 세운 이 대회 타이기록이다.
첫 미국 무대에서 ‘메이저 퀸’이 된 김아림은 시상식 인터뷰에서 특유의 호쾌함을 보이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너무 얼떨떨하다. 언젠가 기회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고 나니까 머리가 하얗다. 시간이 지나면 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웬만하면 핀을 보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는데 생각대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장타 퀸’으로 잘 알려져 있다. 175cm의 큰 키에서 뿜어 나오는 시원한 장타는 국내에선 경쟁자를 찾기 힘들다.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60야드에 달하고, 맘껏 때리면 300야드도 날린다. 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KLPGA 투어에서 2018년과 2019년 1승씩 따낸 것이 전부다.
우승 전까지 세계 랭킹도 94위였다. 2019년 기준대로라면 US오픈 참가도 어려운 순위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한 미국골프협회(USGA)가 올해 대회 출전 자격을 확대하면서 김아림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그는 시상식에서 “이 시국에 이렇게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오늘 제 플레이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정말 희망이 되고 좋은 에너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김아림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 중엔 마스크를 벗었다. 김아림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무섭지 않은데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내 딴에는 이게 최선이라고 판단해서 불편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LPGA투어 진출’을 선언할 경우 내년까지 LPGA투어 시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US여자오픈 10년, 메이저대회 5년 출전권도 받을 수 있다. 이날 경기로 김아림의 세계랭킹은 30위로, 64계단 상승했다.
한편 준우승을 차지한 고진영은 김세영(27ㆍ미래에셋)에 내줄 뻔 했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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