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수상자 장영래 LG화학 상무
최연소 수상 등 최고 권위 장영실상만 3차례 수상
"육아가 가장 큰 고비… 소통 통한 인간관계가 버팀목"
"조직 내에서 성장하려면 작은 성공체험들을 쌓아나가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자신감을 갖고 추진력과 열정을 발휘해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돼요. 그리고 성공은 혼자 거둘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성공체험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소통입니다. 소통은 신뢰를 만들어내고 신뢰는 성공의 열쇠가 되는 셈이죠."
석·박사 출신이 즐비한 곳에서 학사 출신으로, 여성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여성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이가 생존을 넘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지난달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에서 선정한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장영래 LG화학 분석센터장 상무는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성공체험을 쌓아나가다보면 어느덧 훌쩍 성장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1989년에 카이스트 학부를 졸업하고 럭키화학(현 LG화학)에 입사한 그는 32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성으로는 드물게 세 차례나 국내 최고 권위의 산업 기술인에게 수여하는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1995년엔 27세의 나이로 장영실상을 수상,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됐다. 또 LG화학에선 여성으로 두 번째, 학사 출신으론 처음으로 고위 직급인 연구위원에 올랐다.
그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광학 코팅 필름 전문가다. 외부의 빛 반사를 줄여 밝은 곳에서도 TV나 스마트폰 화면이 잘 보이도록 하는 기술 연구에 매진해왔다. 그는 연구를 통해 LG화학이 해외 기업들보다 10년 이상 늦게 뛰어든 부품 소재 산업 부문에서 선도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
이런 그에게도 회사를 그만둬야 할까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1997년 첫 아이를 낳고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했던 때다. 그는 "당시엔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해외 출장도 잦았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아이에 대한 미안함은 물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육아에 전념하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최선을 다했고, 그 덕분에 워킹맘으로서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소통이다. 그는 "회식을 정말 많이 했다"고 했다. 누구든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그 때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당장 필요한 업무적인 소통이 아니라, 많이 만나서 생각을 듣고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협업을 할 때도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성장 스토리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올해 인사에서 분석센터장이라는 새로운 책임을 지게 된 것. 지금까지는 연구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연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석 업무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현장에서 파악할 수 없던 원인들을 분석을 통해 찾아내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자리에서도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을 통해 또 한 걸음 나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의 분석센터는 외부 의뢰 수행에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찾고, 회사의 사업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더 많이 이바지할 계획"이라며 "이 역시 소통이 핵심이니 앞으로 더 많이 만나고 듣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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