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부의장 내년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
의장 선출 과정 쌓인 앙금 탓
의회 상임위원장·집행부는 살려 '감정적 처사'
경북 상주시의회가 내년도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했다. 지방의회가 의장단이나 단체장 등의 업무추진비 일부를 삭감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10원 한푼 남기지 않고 전액 삭감한 것은 이례적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상주시의회는 최근 열린 제204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에서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했다.
당초 상주시는 정재현 의장 2,892만원, 임부기 부의장 1,380만원 등의 업무추진비를 편성했다. 하지만 시의회 상임위는 의장과 부의장은 전액 삭감, 상임위원장과 시장 부시장 등 집행부 간부들은 50% 삭감했고 예결위는 ‘형평성’을 들어 의회외 집행부 간부 모두 삭감해 본회의에 넘겼다.
본회의에선 투표를 통해 의회 상임위원장은 50% 삭감하고, 집행부 간부 업무추진비는 원안대로 살려 통과시켰다. 의장과 부의장만 최종적으로 전액 삭감했다. 정가나 관가에선 ‘의도적’인 삭감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게다가 상주시의회는 석 달 전 의회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한다며 ‘상주시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까지 만들었기에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상임위원장 업무추진비는 절반 남겨 놓은 것도 모순이다.
상주시의회 의장 부의장은 당장 내년부터 의정활동 수행에 지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무출장이나 간담회 때 커피 한잔 살 수 없다. 사비로 지출했다간 자칫 ‘기부행위’금지규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주시의회가 속보이는 처사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의장선거 과정의 앙금이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심화하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발단은 지난 6월 제8대 상주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앞두고 시작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 측은 전반기 의장과 다른 인물을 ‘내정’했다. 하지만 전반기에서도 의장을 한 현 의장이 출마해 당선됐다.
과반수 지지로 당선된 만큼 일단락 된듯한 의장선거 후유증은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 의장 지지자 중 일부가 돌아서며 불씨가 되살아났다.
시의회는 지난 9월 정 의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실시, 찬성 10, 반대 4, 기권 2로 가결시켰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법원에 불신임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받아들여짐에 따라 의장직에 복귀했다.
복귀한 정 의장은 ‘화합’을 강조했고, 반대파도 정 의장을 상대로 낸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고 해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반대파측은 업무추진비 전액을 삭감해 ‘뒤끝 작렬’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시의원들이 본분을 무시한 채 감투싸움이나 하고 있다며 전원 사퇴시키고 재선거라도 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주시의회는 현재 전체 17명 중 9대 8로 편이 갈려 서로 식사는 물론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변해광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로부터 의장과 부의장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액 삭감했다”며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의회와 집행부 모두의 업무추진비를 모두 삭감해 본회의에 상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현 의장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이자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삭감을 주도한 의원들도 자신이 떳떳한지 한번 뒤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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