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자가검사' 카드에 "가능한 제품 나와야" 딱 자른 정은경

이 대표 제안한 신속진단키트도
검체 채취방식은 기존과 같아
전문가 아니면 안전·정확도 문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이동하고 있다.정 청장은 이달 초 낙상으로 인한 어깨 골절 부상으로 입원 치료한 뒤 약 2주만에 브리핑 단상에 섰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자가검사키트'를 보급,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검사해볼 수 있게 하자는 제안에 대해 방역당국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14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을 하려면 스스로 검체 채취가 가능한 제품이 나와야 한다"며 “이에 대해선 좀 더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에서는 이 대표의 제안이 실현불가능하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면 어떨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속진단키트를 통한 자가진단으로 기존 방역 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당 정책위가 정부 및 전문가와 협의해달라”고 지시했다.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불안감이 커지자 자가검사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언급한 신속진단키트는 신속항원검사용 진단키트 제품을 뜻한다. 신속항원검사 키트는 여러 기업이 제조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내 사용을 공식 허가 받은 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제품 하나뿐이다. 이 제품은 검사에 필요한 검체를 기존 코로나19 표준 진단법인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마찬가지로 콧속에 면봉을 넣어 발라내서 얻는 방식이다. 이렇게 채취한 검체를 키트에 넣고 항원(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단백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하지만 검사 결과가 신속하게 나온다는 것이지, 검사 방식이 신속한 것은 아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 키트 역시 검체 채취는 의료인을 비롯해 훈련된 전문가가 시행해야 한다. 임신 진단키트처럼 집에서 누구나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개별적으로 하게 허용한다 해도 콧속 깊이 면봉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하게 되면 상처를 낼 수 있다. 또 검체가 제대로 채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할 경우 오류 가능성도 커진다. 정 본부장은 “검체 채취법이 독특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스스로 본인의 검체를 채취하는 데는 안전이나 정확도 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대표가 제안한 자가검사가 현실화하려면 다른 손쉬운 방식으로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검증된 제품이 허가를 받아 출시돼야 한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추가로 허가를 신청한 신속항원검사 키트들의 검체 채취 방식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