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법으로 못박은 데 대해 국제사회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그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들뜬 분위기에 가려져 있었으나,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내년 1월 조 바이든 새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북한 인권 수호에 동참하라는 국제사회 압박과 남북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정부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 정치권과 인권 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 붙인 ‘대북전단금지법’에 우려와 경고를 쏟아냈다. 대북전단이 북한을 변화시킬 '민주주의와 개방의 메신저'라는 게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기본 인식이다. 11일(현지시간)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ㆍ뉴저지) 하원의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공산주의 독재자 치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정신적·인도주의적으로 지원하고, 민주주의를 증진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범죄화하려는 것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다. 미 의회의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그는 한국 국회가 법안을 의결하면 국무부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한국을 재평가하게 하고, 별도 청문회까지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지난 9일 모스 단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와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담당대사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과 면담에서 대북전단 금지 조치에 우려를 표하고 북한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역시 “한국 정부가 김정은의 행복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대북전단금지법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북한 인권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곳곳에서 표출되기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은 세계 인권의 날(이달 10일) 하루 뒤 “북한이 주민들의 이동 통제를 강화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인권 탄압에 이용하고 있다”는 규탄 성명을 냈다.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건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이에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멈춘 뒤 북한 개방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다시 불붙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경향은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이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데다, 대선 기간 발표한 민주당 정강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지하고 북한 정권에 끔찍한 인권유린을 중단하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석이었던 국무부 대북 인권 특사를 임명하고, 북핵 협상에서도 인권 문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와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북한 인권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새 행정부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 불씨를 이어가려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처벌받은 개인 또는 단체가 유엔에 진정을 낼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 공공 질서나 국가 안보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법 정신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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