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百 영등포점, 1층 SNS 인기 식당·카페 배치
고급화 전략보다 친근한 분위기로 접근성 높여
"백화점 1층, 쇼핑 공간서 놀고 머무는 곳으로"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이 달라지고 있다. 화장품과 명품 브랜드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맛집과 편집숍이 채웠다. 백화점들은 첫 인상인 1층에 '고급'을 강조하던 기존 문법을 버리고, MZ(밀레니얼 세대+Z세대) 세대가 놀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1층 확 바꾼 영등포 롯데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리뉴얼을 마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을지로, 샤로수길, 송리단길 같은 거리의 '힙플레이스(최신 유행 공간)'를 차용해 1층을 맛집거리로 조성한다.
'아우어 베이커리', '호랑이식당', '미미옥', '땡스피자'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식당과 카페를 대거 유치했다. 대신 기존 화장품관은 3층으로 이동했다.
주로 2~3층에 있던 편집숍 등 패션 브랜드도 1층으로 내려왔다. 편집매장인 '슬로우스테디클럽', '생활공작소', '프로젝트렌트' 등 그간 백화점에 없던 플래그십 스토어를 1층에 배치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구입할 수 있는 매장 '아웃오브스탁'도 국내 최초로 입점한다.
MZ세대의 구미를 당길 브랜드로 백화점을 '제2의 을지로'로 만들겠다는 것이 백화점 측의 포부다. 을지로와 문래동 등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MZ세대 상권이 확대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롯데백화점 해외 명품의 경우 2030세대 매출은 2018년 44%, 2019년 46%, 올해 1~11월 48%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품목에서 40대 고객층은 정체인 반면, 2030세대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2030세대는 백화점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할 고객층이 됐다"고 분석했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노원점 1층에도 인기 카페나 식당을 입점할 계획이다.
지역 상권 맞춤 브랜드도 유치
백화점 1층에 화장품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경제성장과 함께 외국 화장품이 유입되면서 미국, 일본 등 백화점 문화가 발달된 해외 사례를 본따 화장품이 1층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영업 전략도 소비력 높은 40대 이상 여성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으로 소비력이 확대되고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면서 천편일률적이던 백화점 풍경이 달라졌다. 지역 상권에 맞는 브랜드를 발굴하거나 유치해 고객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은 주변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고객이 늘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2월 출구에 오픈형 레스토랑과 카페를 입점시켰다. 눈에 띄는 곳에 카페가 있으면 고객이 더 쉽게 안으로 들어올 수 있고, 백화점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지하 식품매장을 1층으로 끌어올린 곳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타임스퀘어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2개 동 가운데 한 동 전체를 '리빙관'으로 만들고, 리빙관 1층에 식품 전문관과 베이커리, 카페 등을 배치했다.
대형마트처럼 입구로 들어서면 진열대에 수북히 쌓인 과일과 야채가 눈에 들어오도록 꾸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정석대로라면 식품관이 백화점 1층을 차지하는 건 쉽지 않은데, 리빙관을 꾸리면서 특성을 고려해 이같이 배치하게 됐다"며 "젊은 층까지 백화점 유통구조에 익숙해지도록 친근감을 형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과거 백화점 1층이 쇼핑공간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쇼핑이 아니라 들러서 놀고 머무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며 "백화점들은 지점마다 특화된 콘텐츠를 1층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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