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대통령 기념관으로 개관
“김대중 대통령이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첫발을 뗀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송대호 고양시 평화기반팀 주문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예전 일산동구 사저 거실에 놓여 있는 소파와 병풍을 손으로 가리켰다. 매화 등이 그려진 10폭짜리 병풍과 11인용 낡은 갈색 소파였다. 소파 옆으로는 ‘김대중’ ‘이희호’라고 적힌 문패가 나란히 놓였다. '김대중 기념관'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 사저를 14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의 일산 사저(대지440㎡·건물 458㎡)는 본채와 별채로 돼 있다. 본채 거실로 들어서자 고가구들과 함께 낡은 TV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김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미셸 캉드쉬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소파와 그 뒤 병풍은 그날 그 자리 그대로였다.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가죽 소파는 해지고 빛이 바래 있었다. 거실 옆 주방에는 8인용 나무 식탁과 이희호 여사의 사진도 눈에 보였다.
2층으로 오르니 깔끔하게 정리된 침실이 나타났다. 벽면엔 갈색 목제 가구가, 방 한가운데엔 널찍한 침대가 놓여 있었다. 방 한켠엔 손때 묻은 책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서고로 쓰인 별채도 헌책과 낡은 나무 의자 등 김 전 대통령의 흔적이 드러났다.
김대중 대통령이 실제 거주(1996~1998년)하면서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의 영예를 안은 일산 사저는 20년이 흐른 지금도 고인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남겨둔 물품들이 이후 매입자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온전히 보존된 것이다. 고인은 이곳에서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찾고 햇볕정책 등을 구상하며 당선인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고양시는 이곳을 김대중 기념관으로 조성하고 있다. 내년 6월 15일 개관하는 게 목표다. 앞서 올 초엔 23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곳 사저를 매입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기념관을 빛낼 전시물품 확보다. 시 관계자는 “기념관은 고인이 평생 추구했던 민주주의의 가치를 퍼뜨리는 시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현재 고인의 동교동계 인사를 통해 의류 등 일부 유품은 기증을 확정지었으나, 더 많은 전시물품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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