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에 문제가 있다며 집값과 전세 관련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고 표본 수도 확대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통계청의 조치를 환영한다. 정부가 부동산 통계의 오류를 공식 인정한 것도 정책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긍정적인 대목이다.
그동안 부동산원은 앞뒤가 안 맞는 발표로 통계 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8월 중순 이후 10주 연속 매주 0.01%씩 올랐다고 발표한 뒤 월간 상승률은 9월 0.29%, 10월 0.40%란 수치를 내 놨다. 주간 상승률이 맞다면 산술적으로 한 달 상승률은 0.04% 안팎인 게 상식이다. 민간 기관은 물론 국민 체감도와 먼 통계로 적잖은 혼란을 부추긴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 주 서울 전셋값은 전주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반면 KB국민은행 통계는 상승 폭이 커졌는데 시장은 표본수가 부동산원(9,400채)보다 훨씬 많은 국민은행(3만6,300채) 통계를 신뢰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과학의 영역이어야 할 통계가 정치에 이용되고 정책을 옹호하는 데 활용됐다는 데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꺾였다”고 황당한 주장을 할 때마다 근거로 제시한 게 바로 부동산원 자료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를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이 사실상 멈췄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집값 상승률은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이다.
왜곡된 통계는 정책을 엉뚱한 길로 이끌기 마련이다. 부동산원은 집값 통계가 실상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도 더 이상 인위적 통계에 기대어 실패한 정책을 고집하기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올바르고, 집값 폭등과 전세대란도 잡을 수 있다.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시기와 장소에 공급하는 정책의 전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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