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무하마드 알리 국제공항에서 UPS 직원들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루이빌=로이터 연합뉴스
마침내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현지에선 백신이 세계 최대 코로나19 발병국이자 사망 30만명을 넘은 통제 불능 상황을 극복하고 희망의 싹을 틔우기를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다. 다만 백신 거부 움직임도 높아 '코로나 백신' 시대를 열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14일 오전 미 전역 145개 배송지에 도착한다. 첫 백신 출하분은 13일 오전 7시 미시건주(州) 남서쪽 캘러머주카운티 포티지에 있는 화이자 공장에서 방탄복을 입은 보안요원의 호위를 받으며 전국 636곳 물류허브를 향해 일제히 출발했다. 영하 70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 백신을 위해 드라이아이스와 특수 컨테이너도 동원됐다. 또 컨테이너마다 위치와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물류업체 본부로 전송하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첨단 센서가 부착됐다.
미국 양대 물류 업체인 페덱스와 UPS가 공급에 나선 첫 백신은 290만회 투여할 수 있는 물량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4일 50개주 145곳을 시작으로 15일 425곳, 16일에는 66곳에 백신이 도착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첫 물량이 14일 접종 장소까지 도착하면 빠르면 이날 긴급 접종이 시작된다.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국장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르면 14일 백신이 처음 투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코로나19 확진ㆍ사망 1위인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경우 1년 가까이 이어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전쟁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30만6,117명이다. 사망자 수가 최악을 기록한 날 희망의 불빛도 비춘 셈이다.
미 보건당국은 연내 2,000만명→내년 3월 1억명→6월 인구 80%에게 접종한다는 순차적 계획을 세워놨다. 목표가 무리 없이 달성되면 내년 여름 이후에는 인구의 70~80%가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가진 '집단면역'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미 정부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초고속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내년 1분기까지 1억 명이 면역력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빠르게 접종 시키느냐다. 백신을 거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이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운 미국인들이 ‘백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접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보건당국이 이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주사를 맞게 하는 벅찬 과제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보건당국도 접종 독려에 나섰다.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날부터 열흘 안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들도 카메라 앞에서 백신 접종을 공언한 상태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장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향한 불신이 보건 당국자들의 큰 걱정거리”라며 백신을 둘러싼 음모론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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