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나 당뇨 진단처럼 집에서 스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해볼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내놨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자가진단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반대하고 있어 혼선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상치 않아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공포를 느낀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19 임시 선별 진료소를 새로 짓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며 "보완 대책으로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 진단 키트로 1차 자가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이 가정에서 신속 진단키트(항원검사 방식)로 검사를 해보고 양성이 나오면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정밀 검사를 받게 하자는 취지다. 이 대표는 “현재 검체 채취 행위는 (비의료인이 하는 것은) 의료법상 어렵지만, 위기에는 기존 체계를 뛰어넘는 비상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신속진단 키트를 통한 자가진단으로 기존 방역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정책위원회가 정부와 전문가와 협의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다.
이 대표가 말한 자가진단 방식에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는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가 많은데 이들은 아프지 않기 때문이 선별진료소에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일이 없다. 그런데 자가진단 키트를 무상, 또는 염가로 전국민에게 보급하면 무증상 환자 등이 집에서 손쉽게 자가진단을 받아볼 수 있다. 그러면 방역망 밖의 ‘숨은 환자’를 발굴,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관련된 전문가들과 여러 점검을 통해서 한 얘기"라고 말했다.
자가진단 도입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9월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병행 사용하는 것이 선제적 코로나 방역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생산능력으로 한 달에 무려 4억개까지 자가진단 키트를 생산할 수 있어 한두 달 내 전국민 검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게 되면서 자가진단 방식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문제는 보건ㆍ방역당국이 자가진단 방식에 대해 지금껏 수차례 반대 입장을 밝힐 정도로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자가진단에 활용하는 신속 진단키트는 기존 검사 방식인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에 비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데다, 검체 채취도 일반인이 하기 어렵다. 실제론 코로나19 양성임에도 부정확한 자가진단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온 사람이 자신감을 얻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다가 바이러스를 더 퍼뜨리는 계기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신속 진단키트는) 본인 스스로 코에 깊숙하게 넣어서 검체 채취를 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검사 방법”이라며 “집에서 본인이 자가로 검체 채취를 하는, 임신진단법처럼 그렇게 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지난 9월 “검체를 본인이 채취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선별진료소나 병원에서 신속진단 키트를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자가진단 방식이 아닌 의료진에 의한 검체 채취가 필요하다는 게 방역당국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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