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팔라(Kampala)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우간다의 수도다. 작년 여름 이곳에 도착하여 공항부터 시내까지 차를 타고 들어올 때의 내 첫인상이 아직도 강렬하다. 찻길 옆 빼곡한 정감 가는 작은 집, 거리를 메우고 활보하는 젊은이들, 사람들 틈에 자유로이 다니는 소 염소 닭 등의 가축, 원색의 소박한 간판... 유난히 코카콜라와 환타 등 소다수 광고가 눈에 띄었다.
어느덧 성탄 시즌이 되어 캄팔라의 고급 쇼핑센터인 아카시아몰(Acacia Mall)을 찾아갔고, 그곳의 슈퍼마켓 숍라이트(Shoprite, 남아공에 본사가 있음)에서 사람들이 법석을 떨며 콜라와 환타를 상자 채 사들이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비싼 소다수가 그들에게는 부유한 서구문명의 상징이었고, 그것의 소비가 바로 부의 과시였던 것이다. 아카시아몰에는 우간다에서 하나뿐인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놀러와 마치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인 양 올라타는 모습이 재밌다. 크리스마스트리 옆에는 번쩍거리는 오토바이가 한 대 세워져 있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그것이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고객 사은 상품으로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오토바이는 언덕과 꼬불꼬불 좁은 길들로 이루어진 캄팔라에서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자동차 사이를 뚫고 곡예 운전 하듯 다니는 이곳의 오토바이 택시는 ‘보다보다(boda-boda)’라고 불리는데, 과거에 케냐와의 국경(border)을 넘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오토바이 뒷좌석에는 아이들 포함, 4명의 승객이 타기도 하고, 실어 나르는 물건들은 텔레비전에서 침대까지 가히 놀라울 정도다. 내가 직접 목격한 교통사고도 여러 번이고, 크게 다치지 않으면 툭툭 털고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 갈 길을 가기도 한다.
특히 주목을 끄는 점은, 여성 승객들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을 때 대부분 두 다리를 벌리지 않고 한쪽 옆으로 모아서 앉는(sidesaddle)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달리는 오토바이 위에 그렇게 앉아 균형을 유지한다니 신기하고, 사뭇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우간다 여성들은 바지보다 치마를 더 즐겨 입으며, 관광명소에서는 바지를 입은 외국 여성에게 천을 빌려주어 하반신을 두르게 한다.
보다보다와 별도로, 자동차 승객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행상인들은 캄팔라 도로의 번잡함에 또 다른 기여를 한다. 전통복장의 여성이 바나나가 가득한 소쿠리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모양은 애처로우면서 아름답기까지 하다. 행상인들의 물건은 가게에 따로 가지 않고 이들에게서만 사도 될 정도로 정말 다양하다. 성탄 시즌이라 몸에 직접 장식을 주렁주렁 단 채 크리스마스트리를 파는 이도 있었다. 성탄 전날에는 생닭을 들고 분주하게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닭고기는 우간다에서 다른 어느 고기보다 맛있고 귀한 음식으로, 손님을 대접할 때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먹는다고 한다(특히 닭 모래주머니를 좋아함).
머나먼 아프리카의 땅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이곳에서는 낯선 이방인이라는 생각으로 잠시 고독감과 설움이 느껴지면서도, 정감 있고 북적거리는 사람 사는 냄새에 어느새 가슴이 벅차오르고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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