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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흉기난동 이어 추태… 전국최대 안동농협 왜 이러나

입력
2020.12.17 10:20
수정
2020.12.17 13:36
0 0

특정 임원이 업무보고 상무에 폭언·협박
선별작업용 사과상자 부족해 경매차질
일감 줄어 작업인부 26명 길거리에…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사과 경매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사과 경매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전국 최대 규모의 경북 안동농협이 선별용 상자가 부족해 경매 차질을 빚는데 이어 이와 연관된 임원이 직원을 대상으로 폭언과 협박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게다가 경매차질로 일감이 줄면서 수십 명의 근로자들은 실직위기에 내몰렸고, 경매차질 등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농협과 조합원인 농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안동농협과 조합원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안동농협 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 중 비상임 임원인 A이사가 업무보고 중인 B상무에게 폭언과 협박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A이사는 업무보고 도중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윗옷을 벗고 B상무에게 “저**죽여버리겠다” “**을 빼버리겠다”등 폭언을 하며 달려들다 다른 임원들이 제지해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회의는 중단됐다.

안동농협에서는 지난 6월에도 다른 임원 한 명이 이사회가 열린 회의장에서 흉기난동을 벌여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이사회 파행 사태는 사과 경매차질의 원인을 파악해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A이사가 불만을 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동은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 중의 하나다. 안동농협은 정조합원만 6,920명, 예수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부사 등이 주로 많이 출하되는 12월엔 평년이면 하루 300톤이 넘는 사과가 출하된다.

하지만 올해는 딴판이다. 지난 8월 한때 경매가 중단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 지난 8일쯤부터 또다시 경매를 하다 말다 반복하고 있다.

경매에 필요한 사과상자 부족 문제 때문이다. 안동농협에서 사과 경매는 농민이 사과를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노란색 상자에 담아 오면, 공판장에서 크기와 품질에 따라 분류해 20㎏들이 녹색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입찰에 붙인다. 낙찰자는 낙찰 받은 사과를 판매한 뒤 반납하는 구조다.

이 상자는 민간업체가 농협으로부터 위탁 받아 농민과 중도매인에게 유상대여한다.

지난 8월 경매중단사태는 수수료를 둘러싼 이견으로 경매가 무산됐다. 이번 경매차질은 위탁업체가 매년 5만~8만개의 상자를 추가제작해야 하지만 농협과 갈등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아 불거졌다. 정상적인 경매에 필요한 사과상자는 55만개 가량으로, 파손 등 자연감소분을 고려한 물량이다.

사과상자 부족에 따른 경매차질로 애꿎은 선별작업 근로자들이 유탄을 맞았다. 안동농협 공판장 일용직 인부 110~120명 중 26명이 이번 사태로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이번 사태가 농협 특정 임원의 횡포 때문이라며 엄벌해달라고 청원했다.

또 안동농협은 지난 8월 경매무산에 따른 피해액 6억4,200만원을 중도매인 등에게 청구했다가 2억원만 받기로 합의하고 나머지 4억4,200만원은 결손처리했다.

이와 함께 이번 경매차질 사태 해결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다른 농협에서 상자 1만5,000개를 빌려왔다. 또 3만개를 추가 제작키로 하면서 대금은 농협이 먼저 지불한 뒤 넉 달 뒤에 위탁회사 측에 받기로 해 특혜의혹마저 일고 있다.

조합원들은 “농협이 매달 2회 이상 여는 이사회 때 이사 1인당 1회 60만원의 회의수당을 주고, 해마다 제주도나 해외연수를 보내주니 선거철만 지나면 주인인 조합원을 우습게 안다”며 “회의 수당을 재조정하는 등 이사들에 대한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경매 무산 손실금 보상과 사과 상자 추가 제작 비용 대납 등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정했으며, 조만간 긴급이사회를 열어 (사과상자)위탁관리업체 관련 현안 협의 등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는 A이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권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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