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에 사는 직장인 2년차 27세 A씨는 월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수서역세권 행복주택에 관심을 가졌다. 같은 원룸인데도, 더 저렴하고 쾌적해 보였지만 월평균소득요건을 보고 바로 포기했다. 입주를 하려면 1인 가구는 월평균소득이 211만원 이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으로 관심을 끈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청년 1인 가구가 저렴한 임대비용으로 주거비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전세난 대책 발표 과정에서 갈수록 증가하는 '청년 직장인 1인가구'는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급 212만원 넘으면 신청 기회 없어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경기 화성 동탄의 행복주택을 찾아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것”이라며 급증하는 1~2인 가구 수요에 맞춰 공급을 꾸준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내년부터 공공임대주택 입주 요건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뿐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공공전세주택의 문을 열어, 2022년까지 총 1만8,000가구를 소득ㆍ자산 기준 없이 무작위 추첨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누구나 살고 싶은 공공임대주택’은 상당수 일반 청년 직장인 1인 가구에게 남 얘기다. 이들 20~30대는 행복주택 청년(만 19~39세) 공급 대상에 해당되지만 월 212만원 이상을 버는 1인 가구는 입주 기회조차 받지 못한다.
14일 접수를 시작하는 수서역세권 A1블록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청년 계층 1인 가구 월평균소득기준을 211만6,118원 이하로 명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 월급 기준 179만원보다 겨우 32만원 높다. 연봉 기준으로는 2,539만3,000원이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0~299명 규모 사업체의 25~29세 연봉은 고졸 2,814만원, 전문대졸 3,051만원, 대졸 3,453만원이다.
"청년용 주택도 소득기준 없애야" 주장까지
1인 가구와 행복주택이 엇박자를 낸 건 올해부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며 최소 3인 이하 가구부터 적용했던 소득 기준을 1인, 2인, 3인, 4인 가구로 나눴다.
지난해까지 행복주택 입주자는 1인 가구여도 3인 이하 월평균소득(432만원 이하) 기준을 적용 받았지만 이제는 1인 가구 기준을 적용 받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3인 이하로 소득 기준을 일괄 적용하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1인부터 나누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2018년 수도권 행복주택에 입주한 직장인 33세 B씨는 지난해 말 2년 재계약을 했지만 2년 뒤에는 재계약이 안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청년주택은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2년 재계약을 두 차례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입주자는 두 차례 연장 계약을 할 때 3인 이하 소득으로 심사를 받는다는 LH 관할 센터의 얘기를 듣고서야 안도했다.
때문에 소득ㆍ자산 상관 없이 추첨으로 공공 전세를 공급하는 것처럼 청년주택도 소득 기준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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