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초 거리에 어린이집, 20초 거리에 편의점
1분 거리 안팎에 술 파는 음식점 6곳도 있어
야산 산책로는 고등학생 등하교길로 이용
주민들 "지금보다 시간 지난 후가 더 걱정"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이 출소 후 하루를 보낸 13일 오전 경기 안산에 있는 조두순의 집 주변에는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경찰은 집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골목 입구에서부터 주민 등을 제외한 출입을 통제한 탓인지, 전날 유튜버와 일부 시민들이 욕설과 함께 고함을 지르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20여 명의 유튜버들은 이날도 이른 새벽시간부터 경찰이 막아선 골목 입구와 인근 빌라 공터 등에서 현장 모습을 담아 중계하느라 분주했다.
인근 빌라에 사는 김모(57)씨는 “초소 설치하고 경찰 배치할 여력이 있으면, 차라리 조두순을 안산 더 외곽으로 보내야 한다"며 “주변에 어린이집도 있고, 학교도 있는데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의 말처럼 조두순이 거주하는 건물 출입문에서 1분(성인 남성걸음 기준) 정도 거리엔 어린이집이 있었다. 신축 빌라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면 40초 정도면 갈 수 있다.
신축 빌라가 아니더라도 주택과 주택사이 담 높이가 1m 정도에 불과해 반대쪽 골목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다세대 주택이다 보니 출입구에는 비밀번호 입력 등의 보안장치가 없어 누구나 쉽게 계단이나 옥상에 오를 수 있다.
술을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은 조씨 빌라 출입문에서 20여초 거리에 있고, 편의점에서 20초만 더 걸어가면 주택가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중고생이 다니는 학원도 편의점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술을 파는 음식점은 1분 거리에 6곳이 자리 잡고 있다.
편의점 뒤쪽 골목에는 1층 전체가 개방된 공장 3,4곳이 모여 있었다. 이들 공장은 바리케이드 등으로 출입구를 막았지만 쉽게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돼있었다. 특히 조두순 거주지 바로 옆 야산에 조성된 산책로는 인근 고교생들의 통학로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이처럼 조씨 주거지 주변을 보면, 조두순이 12년 전 만취 상태에서 초등생을 납치해 인근 교회 화장실로 데려가 성폭행한 당시의 상황을 재연할 수 있는 시설물이 곳곳에 있는 셈이다. 주민들이 가장 불안에 떠는 이유다.
편의점에서 만난 주부는 “여론이 잠잠해진 뒤 조두순이 출입문을 나와 맞은편 주택으로 몸을 숨기면 폐쇄회로(CC)TV에도 찍히지 않고 어린이집이나 다른 주택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며 “지금은 경찰이 순찰도 강화하고, 본인도 조용히 지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 보호관찰관이 매일 거주지에 들어가 1대1로 상황을 지켜보며 설명하고 경찰도 초소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다”며 “경찰은 계속해서 현장에서 치안 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조두순 출소 후 호송과정과 주거지 집 주변에서 불법행위를 한 유튜버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조두순 출소 당일 주거지에서 난동을 피운 혐의로 유튜버 등 4명을 입건했으며, 도로에서 조두순이 탄 법무부 관용차량을 파손한 시민 3명도 입건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유튜버들이 조두순을 자극해 범죄 성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유튜버들은 주거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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