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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집 마련’ 욕망 간과한 靑, 임대주택 비하한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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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집 마련’ 욕망 간과한 靑, 임대주택 비하한 野

입력
2020.12.14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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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LH 임대주택 100만호를 기념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변창흠 LH 사장(국토부 장관 후보자)이 임대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화성=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LH 임대주택 100만호를 기념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변창흠 LH 사장(국토부 장관 후보자)이 임대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화성=왕태석 선임기자

청와대는 서민의 ‘살고 싶은 내집 마련의 꿈'을 간과했고, 국민의힘은 은연 중에 공공임대주택 주민을 향한 차별 정서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44㎡(옛 13평형) 임대아파트에 4인 가족도 살 수 있겠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이를 동원한 야당의 공격, 이후 청와대의 해명 과정에서다.

문 대통령은 11일 변창흠 국토교통부부 장관 후보자와 경기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했다. 변 후보자는 방 두개짜리 44㎡ 세대에서 “방이 좁기는 하지만 아이가 둘 있으면 (방을) 위에 1명, 밑에 1명에게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세대) 표준이고, 어린 아이는 2명도 가능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13평 집에 4인 가족도 살겠다' '부부가 아이 둘도 키우겠다'고 단언한 것처럼 보도했다.

청와대는 세 차례나 브리핑을 열어 문 대통령 발언을 바로잡았다. “문 대통령이 변 후보자의 말에 확인성 질문을 한 것”이라면서 '4인 가족이 살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주거 취약 계층과 중산층에 희망을 주려던 대통령의 본뜻이 가려졌다”고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통과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그러나 논란은 진화되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문 대통령 부부 2명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13평의 절반 수준인 6평으로 제한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문 대통령 발언이 분노를 산 건 임대주택이 아닌 '내 집'을 원하고, 내 집도 기왕이면 넓고 비싼 집을 원하는 당연한 욕망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집값 폭등으로 당·정·청 인사들이 수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봤다' '고위 공직자들이 서울 강남에 집을 두 채 씩 갖고 있다'는 사실이 거듭 알려지는 상황에서 변 후보자의 발언에 호응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민감한 언급을 한 것이 문제이지, 발언이 '서술형'이었는지 '의문형'이었는지는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13일 논평에서 “백번 양보해 13평 아파트를 보고 (문 대통령이)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은 그럼 상식적인가”라며 “오히려 그 좁은 공간에 4명이 살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변창흠 후보자를 야단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료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산층 부동산 해법처럼 홍보하려다 보니 국민 눈높이와 어긋나고 있다”고 짚었다.

부동산에 상처 받은 민심을 더 거칠게 건드리는 건 야당이다. 문 대통령을 공격하려다 공공임대주택 거주민을 결과적으로 비하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이 정권 사람들 중에 공공임대에 살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며 "자기들은 공공임대에 살기 싫으면서 국민은 공공임대에 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거다.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고도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카드대출을 '영끌'해 강남아파트를 산 변창흠 후보자가 국민들에겐 벌집 임대주택에 살라고 강요한다"며 '벌집 임대주택'이란 표현을 썼다. "국민들은 '살아야 할 곳'이 아닌 '살고 싶은 곳'을 원한다"는 논지였지만, '벌집'이란 수식어는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민석 대변인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공공임대주택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우리 국민이 자존감을 갖고 삶을 영위하는 곳”이라며 “그들(국민의힘 의원들)의 마음 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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