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채택 5주년을 맞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파리협약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탈퇴 선언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탄소 배출 국가인 미국이 빠지면서 협약의 실효성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이 공언한 탄소 저감 실행 계획도 삐걱거리고 있다. ‘클린 지구’를 위한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얘기다.
이날 비대면 온라인으로 열린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는 이런 위기감을 극명히 보여준 행사였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상 70여명의 백가쟁명식 공약이 넘쳐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 연설에서 “파리협약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기후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며 “각국이 탄소 중립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기 안에 지구촌 온도계가 3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뒤따랐다. 파리협약은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것을 목표로, 개별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고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올해로 만료되는 도쿄의정서를 대체해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68%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자국 기업의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하던 금융지원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뒤질세라 새로운 화석연료 매장 탐사 지원을 중단하고 석탄공장 신규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의기투합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나로 묶이는 것이 거의 없는 두 나라가 오랜만에 화합했다”고 촌평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올해 초 2060년 탄소 중립국 달성을 선언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시 주석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보다 65% 이상 줄이겠다”고 장담했다. 탄소 배출국 3위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재생 에너지원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관건은 역시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에 불참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즉시 파리협약 복귀”를 공언한 상태다. 그는 ‘2035년 탄소 전력 제로,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FT는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EU를 포함한 세계 경제 대국은 어떤 형태로든 탄소 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의 니클라스 회흐네 환경시스템학과 교수는 “모든 국가들이 탄소 배출 제로라는 장기 목표를 달성할 경우 파리협약은 다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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