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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14일이 왔다… 트럼프 실낱 같은 희망 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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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14일이 왔다… 트럼프 실낱 같은 희망 꺼지나

입력
2020.12.13 17:55
수정
2020.12.13 19:3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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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선출 선거인단 투표 실시
대법원, 트럼프 측 경합州 소송 기각
'배신투표'에 최후 기대... 가능성 희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미치 스타디움에서 육사 생도들에게 둘러싸여 제121회 육사-해사 풋볼(미식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웨스트포인트=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의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미치 스타디움에서 육사 생도들에게 둘러싸여 제121회 육사-해사 풋볼(미식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웨스트포인트=AP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여잡고 있던 마지막 희망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모른다. 미 대통령 선출 권한을 쥔 선거인단 투표가 열리는데, 현재 판세로는 재선의 꿈은 완전히 물 건너간 분위기다.

결정타는 11일 연방대법원의 판결이었다. 텍사스주(州)가 조 바이든 당선인이 이긴 경합주 4곳의 대선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한 것. 대법원은 특정 주가 다른 지역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고 봤다. 사흘 만에 나온 속전속결 판단이었다. 앞서 8일에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 무효 신청도 이견 없이 기각했다. 연방대법원의 권위에 실낱 같은 기대를 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사실상 전패로 끝난 소송전

특히 4개 주 무효 소송은 트럼프 측의 최후 보루였다. 이들 지역의 선거 결과가 없던 일이 되면 바이든이 선거인단 과반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매번 법원에서 기각된 소송전을 이어왔지만 이번 패소가 가장 중대한 차질”이라고 직격했다. 12일에도 위스콘신 주정부의 우편투표 절차가 불법이라며 트럼프 캠프가 낸 소송 역시 연방지법에서 기각됐다. 트럼프 측은 대선 이후 제기한 60여건의 불복 소송에서 승리한 적이 거의 없다. 때문에 미 언론은 트럼프 캠프가 연방대법원에 추가로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승산이 없다고 보고 있다. 소송전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은 지혜도 용기도 없다”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1일 텍사스주가 제기한 대선 무효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1일 텍사스주가 제기한 대선 무효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선거인단 투표 뒤집기 가능할까

그러는 사이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14일 열리는 선거인단 투표는 지금까지 요식 행위에 그쳤으나,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관건은 이른바 ‘배신투표’가 일어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승자독식’ 방식을 따르는 미 대선에서 선거인단이 주별 선거 결과를 바꿀 가능성은 미미하다. 1990년부터 2012년까지 대선을 봐도 배신투표는 9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7명이 민심에 반하는 투표를 한 지난 대선이 많다면 많았지만 당락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바이든 당선인이 현재 확보한 선거인단은 306명.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절반(270명)을 이미 훌쩍 넘겼다. 산술적으로 선거인단이 232명밖에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를 뒤집으려면 38명이 배신해야 하나 전례에 비춰보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설령 배신투표를 하더라도 법으로 규제를 받는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32개주와 워싱턴은 선거인이 해당 주의 선거 결과를 준수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올해 7월 연방대법원도 선거인단이 주별 선거 결과에 불복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인 가운데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부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워싱턴 프리덤 플라자에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상인 가운데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부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워싱턴 프리덤 플라자에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트럼프 몽니, 결국 차기 대선 노림수?

모든 절차와 조건은 패배를 가리키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끝까지 몽니를 부릴 태세다. 그는 바이든의 차남 헌터가 세금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만약 유권자들이 헌터에 대해 알았다면 10%는 표를 바꿨을 것”이라면서 대선 기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충성파 윌리엄 바 법무장관을 질책하며 경질설에 불을 지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터를 수사할 특별검사 추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고집에 부응이라도 하듯 12일 워싱턴에선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거 운집해 대선 의혹 제기에 힘을 보탰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친ㆍ반트럼프 시위대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최소 4명이 흉기에 찔렸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에선 총기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동 중 상공에서 시위 장면을 지켜본 뒤 트위터에 “대단하다!”는 감탄사만 날렸다.

트럼프의 ‘끝장 승부’를 두고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염두에 둔 지지층 결집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실제 그는 여론전을 위해 케이블광고도 구매했다. CNN방송은 “여러 소송은 트럼프가 공화당원들의 충성도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며 “그가 민주주의 제도를 향한 미국민의 신뢰에 끼친 악영향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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