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가정보원 전부개정 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13일 오전 11시를 기해 총 51시간 37분을 넘겼다. 지난 10일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후, 국민의힘은 개정안 처리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를 하고 민주당은 개정안 찬성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각 6명씩 필리버스터… 與 2시간 vs 野 6시간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연단에 오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오후 3시 15분부터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오후 11시 59분에 토론을 마쳤다. 총 8시간 44분 동안 토론한 셈이다. 이 의원은 “국정원법 개정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며 “오히려 더 국정원이 더 정치에 개입하고 국민을 사찰하는 부작용이 다분한 독소조항들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11일 오전 0시부터 필리버스터에 돌입, “(제가) 국정원에서 26년 동안 근무했지만, 답변은 한결같이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2시간 1분 동안 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에서는 홍익표(2시간 3분), 오기형(1시간 17분), 김경협(3시간 12분), 이용우(1시간 15분), 김원이(2시간 27분) 의원 순으로 연단에 올랐다. 총 12시간 15분으로, 1인당 평균 2시간 3분 가량 발언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철규 의원에 이어 조태용(4시간 48분), 김웅(5시간 7분), 윤희숙(12시간 48분), 안병길(5시간 16분), 김태흠(2시간 39분) 의원이 반대 토론에 나섰다. 총 39시간 22분에 달했다. 1인당 평균 6시간 34분 가량 발언한 셈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윤 의원은 12시간 47분 발언해 최장 발언 기록(이종걸 전 의원, 12시간 31분)을 경신했다. 뉴스1
윤희숙 ‘13시간’ 신기록… 與 “독서 경진대회냐”
필리버스터 신기록도 경신됐다. 지난 7월 대정부질문 당시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주제의 5분 발언으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해 스타덤에 오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11일 오후 3시 24분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12일 오전 4시 12분까지 총 12시간 47분 동안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이전까지 국내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지난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토론 당시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세운 12시간 31분이었다. 윤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원법ㆍ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과 5ㆍ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해 “한 마디로 ‘닥쳐 3법’이다. 국가가 개인에게 닥치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희숙 견제’에 나섰다. 윤 의원에 이어 8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선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신기록을 수립한 윤 의원님 축하 드린다. 특별히 고생 많으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제한 토론인지 독서 경진대회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는 의견부터, 책은 평소에 읽어야지 국회 토론 시간에 읽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는 시청자의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윤 의원이 필리버스터 당시 프랑스 정치학자인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책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으며 민주당의 개혁입법 강행을 ‘전제정’이라고 비판한 것을 비꼰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 홍정민 원내대변인이 12일 국회 의사과에 '무제한토론 종결동의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필리버스터는 이날 오후 8시쯤 강제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2일 오후 8시쯤 필리버스터를 종결하는 동의서를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동의서가 제출된 지 24시간이 경과하는 이날 오후 8시 9분 이후 표결이 진행된다.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토론은 중단되고, 본회의에 상정된 국정원법 개정안은 의결 절차에 들어간다. 174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과 열린민주당(3석), 기본소득당(1석) 등을 포함하면 180석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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