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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표출해야” 문장 통해 생각하게 하는 제니 홀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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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표출해야” 문장 통해 생각하게 하는 제니 홀저전

입력
2020.12.14 15:4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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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31일까지 국제갤러리서 전시

지난 10일 미국 현대미술가 제니 홀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문장들을 LED사인을 활용해 작품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뉴시스

지난 10일 미국 현대미술가 제니 홀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문장들을 LED사인을 활용해 작품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뉴시스


“분노는 표출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끔찍한 일을 겪어야 각성한다.”

문장들이 발광다이오드(LED)를 타고 깜빡이며 아래에서 위로 휙 하고 지나갔다.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구조다. ‘문장을 읽고 사유하게 하는 작가’의 작품다웠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2, K3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현대미술가 제니 홀저의 개인전에서는 이 같은 LED 작품을 통해 작가가 수집한 여러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1980년대 초반부터 LED를 즐겨 사용해왔다. 움직일 수 있는 LED 사인이 구두로 전달되는 말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열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미국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된 정부 문서를 회화로 번안해낸 방식인데, 작품을 보면 마치 작가가 “비밀은 없어야 한다”고 외치는 듯하다. 예컨대 ‘cold water’라는 제목의 작품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억류된 남성의 사망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했다. 이 문건에는 미국 특수부대가 8명의 수감자를 구타하고 찬물을 끼얹어 영하의 날씨에 야외로 내보내는 등 고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뮬러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제니 홀저의 수채화 신작 중 하나. 국제갤러리 제공

뮬러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제니 홀저의 수채화 신작 중 하나. 국제갤러리 제공


‘뮬러 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수채화 신작 36점도 이번에 공개됐다. 뮬러 보고서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을 파헤쳐 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보고서다. 반(反) 트럼프 성향을 거침 없이 드러내 온 작가는 수사 과정에서 느낀 분노와 같은 감정을 작품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작가가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던) 수채화 작업을 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미술 테라피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벤치 모양을 한 대리석 작품도 여러 점 볼 수 있다. 제니 홀저의 작품 중 유일하게 촉각을 통해 느끼도록 한 작품이다. 작가는 관객들이 상판에 새겨진 문장을 손가락으로 따라 읽는 과정을 통해 독해 과정을 의식하며 생각에 잠기길 바란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생생한 공상을 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개인전 제목)”는 작가의 화두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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