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약자 위한 경기장 지도 만든 K리그
올해 8곳으로 시작, 향후 전 구장 확대
"휠체어석 운영 일관된 정책 마련 계기로"
K리그1(1부리그) FC서울의 열혈 팬 박하엘(13)군의 모친 권영혜(42)씨는 아들을 데리고 원정경기 응원을 떠날 때면 걱정부터 앞섰다. 경기장에 들어갈 때 중증장애(뇌병변)를 안고 태어난 아들의 휠체어 이동 동선에 대한 정보가 없는 데 따른 막막함 탓이었다. 구단 홈페이지에 동선 안내가 거의 없을뿐더러 티켓 예매사이트엔 휠체어석 티켓정보조차 없었다. 구단에 문의해도 여러 직원을 거쳐야 정보를 얻는데, 그마저도 틀린 경우가 다반사라 경기장 밖에서부터 휠체어 동선을 찾아 다니다 진을 뺄 때가 많았다. 이는 대부분의 구단이 휠체어석까지 지정좌석제로 운영하는 프로야구 관람환경에 비해 크게 뒤처진 모습이다.
권씨는 그러나 최근 1년여 사이 K리그 경기장에서 이동약자들의 관람환경에 대한 긍정적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권씨는 13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휠체어를 탄 관람객 전용 출입구 안내 현수막이 경기장 내 대형마트 적치물에 가려있거나, 비장애인 관람객이 휠체어석을 점유하는 모습을 지적한 지난해 7월 한국일보 보도(관련기사 보기) 이후 크게 개선됐다”고 전했다. 그는 “휠체어석 출입구를 가리던 마트 적치물은 모두 사라진 대신 안내 현수막은 커졌다”며 “휠체어석 부근엔 전동휠체어 충전기가 새로 설치되는 변화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엔 이동약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변화가 소문이 나 휠체어석 관중이 늘었고, (제한적 관중입장이 이뤄진)올해도 만족도가 높아진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2021시즌부터는 이동약자들이 높게 느껴 왔던 K리그 경기장 문턱이 더 낮아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동약자를 위핸 K리그 경기장 안내지도’를 제작하면서다. 이동약자 지도 제작 프로젝트는 연맹과 하나금융그룹,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장애인의 경기 관람을 위한 권리를 높이고, 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기획했다. 연맹 관계자는 “K리그 경기장을 찾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이동약자들이 경기장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라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K리그 관람 문화를 조성해 이른바 ‘모두의 축구장, 모두의 K리그’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안내지도 제작을 위해 연맹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휠체어 이용자와 함께 K리그 8개 경기장(대전 서울 성남 수원 울산 인천 전북 포항)을 실사했다. 이를 통해 경기장 동선, 입장 게이트, 좌석, 화장실 등 주요시설 점검 및 자료를 수집했고, 경기장 주변 대중교통 시설 위치를 비롯해 경기장까지 동선, 장애인 주차장, 휠체어석 위치 및 개수, 장애인 화장실 및 접근 가능 매점, 장애인 입장료 등 정보를 취합했다. 이를 통해 별도 홈페이지(map.kleague.com) 및 종이 지도를 만들었다. 일단 올해까지는 실사가 이뤄진 8개 경기장 지도가 먼저 나오지만, 향후 전 구장 안내 지도를 만들겠다는 게 K리그의 목표다.
이동약자 지도 제작 사업엔 K리그 선수들이 직접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연맹은 리그 사회공헌 홍보대사인 축구전문 유튜브 채널 ‘고알레(Goale)’와 함께 이동국(전북) 송민규(포항) 오세훈(상주) 등 K리그1 12개 구단의 대표선수들을 찾아가 선수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기부챌린지를 통해 기부금을 조성하는 공익 축구 예능 콘텐츠 ‘하나GO라운드-재능하나보여줘’를 제작했다. 여기서 조성된 기부금에 하나금융그룹이 보탠 총 1억원의 기부금이 이동약자 안내지도에 활용됐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이동약자 및 가족들은 이 같은 긍정적 변화에 반가움을 전하면서도, 이번 사업이 경기장 문턱을 낮추는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길 바라고 있다. 권씨는 “경기장 안내 스태프들이 장애인석 정보를 숙지하지 못하거나, 휠체어석이 특정 구역에만 설치돼 있어 좌석 선택권이 사실상 없는 경기장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번 사업을 계기로 휠체어석 운영에 대한 연맹 차원의 일관된 정책이 시행된다면 저변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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