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000명에도 소규모 모임 여전?
"방역지침은 가이드라인... 모임 자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는 이제 특정 위험시설의 집단감염을 넘어 일상으로 폭넓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방역 지침을 지키는 모임에서도 얼마든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모임 자체를 열지 않는 게 가장 효과적인 생활 방역이라고 당부한다.
오후 4,5시에 시작하는 '이른 회식'
13일 서울시가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보면 전날 신규 확진자 399명 중 집단감염 사례는 97명(24.3%)에 불과했다. 위험시설에서 대규모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직장·모임·가족을 통한 소규모 감염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소규모 단위의 직장 내 회식이나 개별 모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소규모 모임의 경향은 '일찍 만나 빨리 헤어지기'다. 음식점 내 취식이 금지되는 오후 9시 이전에 회식을 마치기 위해, 저녁 자리를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하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먹자골목의 한 고기집은 저녁 장사 위주로 운영했지만, 최근엔 오후 3시부터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이 곳 직원 박모(23)씨는 "회사원들이 오후 4시에 들어와 9시에 딱 맞춰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팀원들과 오후 5시부터 회식을 했다는 최모(25)씨는 "밤 9시 전까지 마음껏 회식을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닌데도 직장 상사들이 방역 지침을 오해하고 있다"며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소규모 홈파티는 괜찮다?
방역 지침을 아예 적용받지 않는 집, 모텔, 파티룸, 사무실 등에서 송년 모임도 유행이다. 모텔 방을 빌려 친구들과 송년모임을 계획 중인 대학원생 박모(28)씨는 "모텔은 손님이 나갈 때마다 방역도 철저하게 하고, 가격도 저렴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지인들과의 모임뿐 아니라, 아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집이나 방에서 같이 술 마실 사람을 구하는 '즉석만남' 모임도 등장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방술(방에 모여 술 마시는 것)'할 사람을 구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방술' 익명 채팅방을 운영 중인 20대는 남성은 "매년 해오던 것을 할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카톡방을 만들었다"며 "소규모로 만나서 되레 술집에서 마시는 것보다 안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방역 전문가들은 그러나 소규모 모임이라고 해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당국의 지침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일 뿐, 이 지침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모임을 가져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모이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화상회의과 전화 서비스를 통한 비대면(언택트) 송년회가 오프라인 모임의 대안으로 꼽힌다. 최근 친구들과 언택트 송년 모임을 가진 직장인 박가림(30)씨는 처음엔 카메라 앞에서 혼자 먹는 게 어색했지만, 친구들과 떠들다 보니 금새 익숙해졌다고 한다. 박씨는 "친구들과 서로 다른 지역에 살다 보니 우리가 코로나19를 퍼트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만나지 않기로 했다"며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모임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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