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은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은 12일 오전 6시 30분경 출소했다. 12년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온 그를 맞이한 것은 시민들의 욕설과 계란 세례, 유튜버들의 단죄 시도였다.
전날 밤부터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출소 예정 시간인 6시경 교도소 앞 진입로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조두순은 지옥으로' '조두순을 거세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조두순의 사회 복귀를 저지하려 했다. 그러자 곧바로 경찰이 투입돼 이들을 도로 밖으로 끌어냈고, 법무부 관용차가 교도소를 빠져나왔다.
조두순을 태우고 남부교도소를 나서자마자 관용차는 분노한 시민과 유튜버들의 표적이 됐다. 이들은 경찰들의 제지에도 아랑곳없이 차량을 향해 계란과 두부를 던졌다. 욕설과 손가락질을 뒤로 한 채 차량은 조두순의 거주지 경기 안산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차량은 멈춰 서야 했다. 오토바이와 택시 등을 타고 뒤쫓아 온 유튜버들과 시민들이 차량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유튜버들은 차량 주변을 서성이며 차창을 통해 조두순의 존재를 확인하려 했다.
승합차에 앉아 있던 조두순을 확인하자 유튜버들이 흥분하기 시작했고, 욕설과 함께 발길질을 해댔다. 일부는 차창을 향해 '날라차기'를 시도했고, 분이 안 풀리는 듯 주먹으로 차량을 수차례 내리치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들과 함께 승합차 오른쪽 뒷좌석에 앉아 있던 조두순은 이 같은 상황에 위협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려 외면한 채 정면만 응시했다. 출동한 경찰과 법무부 관계자들이 흥분한 유튜버들을 제지하면서 한바탕 소동은 정리됐고, 차량은 다시 출발했다.
조두순을 태운 차량은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했다. 10여대의 순찰차가 에스코트를 했음에도 차량은 예정 시간보다 30분가량 늦은 오전 7시 40분경에야 조두순의 거주지 인근 안산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차량 진입조차 쉽지 않았다. 경찰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50여명의 보수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구호와 욕설을 퍼부으며 들고 있던 팻말을 집어던졌다. 어렵사리 센터 주차장에 들어와 선 차량에서 만기 출소한 조두순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에 등산모자를 눌러쓴 백발의 조두순은 덤덤한 표정으로 준법지원센터 사무실로 향했다.
조두순은 사무실에서 1시간 이상 머물며 보호관찰 개시 신고서 등 서면 접수와 준수사항 고지, 시스템 입력 등 규정된 절차를 마쳤다. 뒷짐을 진 채로 사무실을 빠져나온 조두순은 차량으로 향하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 주민들을 향해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제 조두순에게 남은 일은 귀가뿐. 그러나 그 역시 순탄치 않았다. 조두순을 태운 관용차가 준법지원센터를 빠져나가려 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또다시 차량을 가로막았다. 일부는 차량 보닛을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가 발을 구르는 등 거세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겨우 상황이 정리된 뒤 관용차가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조두순 거주지에 다다랐다. 거주지 주변 골목은 이날 새벽부터 조두순의 얼굴을 보기 위해 몰려든 주민과 유튜버, 취재진이 뒤엉켜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투입된 수백명의 경찰들이 차량 진입로를 겨우 확보한 뒤 조두순을 태운 차량이 집 앞에 멈춰 섰다.
이윽고, 경찰의 호위 속에 차량 문이 열리고 조두순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의 항의와 욕설이 쏟아졌다. 계란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남부교도소를 나선 지 약 2시간 30분 만에 조두순이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날의 험난한 귀갓길은 끝을 맺었다. 이 시각 골목 어귀에 설치된 특별치안센터에선 새로 배치된 청원경찰들이 아수라장 같은 아동 성범죄자의 귀가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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