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10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의료진들의 피로가 심각한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최근 3주 사이에만 확진자가 1만명 증가하는 등 업무에 과부하가 걸렸지만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다. 의료체계 붕괴로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하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의사, 간호사, 역학조사관 등 의료진 탈진을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장에서는 이미 의료진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중증환자 급증으로 이들의 노동 강도는 심각한 수준으로 높아졌다. 인공심폐장치(에크모)를 달아야 할 정도의 위중한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인력은 일반 환자의 2,3배에 달하는데 최근 1주일 새 코로나 위중 상태로 에크모 치료를 시행한 환자가 10명이나 증가했다.
역학조사관들의 피로 역시 위험수위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지난달 경기도 역학조사관 20명을 집단 면접한 결과, 참여자의 80%가 정서적 탈진을 호소했다고 한다. 업무 폭증으로 하루 12시간 이상씩 근무하고 새벽에 귀가하는 역학조사관도 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 간호지원을 한 이들이 아직도 수당을 못 받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들에게 희생과 헌신만 요구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 전시에 버금가는 비상상황임을 명심하고 의료진 확보와 보호에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부족한 병상은 컨테이너를 개조해서라도 만들 수 있지만 치료와 간호를 맡을 의료진을 하루아침에 충원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11일 중증환자 치료 간호사 350여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역학조사 지원 업무를 위해 군 간부 362명을 수도권 지역 보건소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대한간호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여러 의료단체들과 협의해 신속히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간호사들이 귀가도 못 한 채 장례식장 접객실에서 쪽잠을 자고 환자를 보던 의사가 실신하는 등 올해 초 대구ㆍ경북에서 발생했던 사태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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