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차 대유행은 지금 의료 시스템을 직격하고 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현실적인 위기가 응급실에 다가왔다. 일단 지난 11개월간 유지해왔던 시스템의 붕괴가 시작됐다. 현재 우리 병원 응급실에는 일곱 개 정도의 음압실이 있다. 하나는 가장 중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집중 치료실이고, 나머지는 일반 진료실이다. 팬데믹 이후 음압실은 충원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한도 내에서 모든 감염 의심 환자를 수용해왔다.
발열, 감기, 호흡 곤란, 산소 포화도 저하, 폐렴, 확진자 접촉, 의식이 없는 환자는 모두 음압실에 들어가야 한다. 사실상 응급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위의 한 가지 정도가 해당이 된다. 특히 열이 나는 고령의 환자, 중증 외상, 음독, 심정지 등은 대체로 의식이 없는 중환자다.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집중 치료실 한 자리 뿐이다.
이 구역은 팬데믹 이래로 항상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다. 한번 환자가 들어오면 감염자에 준해서 치료하고 방을 소독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를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감염 환자 이외에도 중환자는 언제나 많다. 해당 환자의 수용 가능 문의 전화는 온종일 쏟아진다. 간신히 서울 시내의 중환자들을 돌려 어떻게든 막아내는 시스템이었다. 이송 거리는 비약적으로 늘었고, 환자들의 희생과 임시방편으로 막아내던 상황이었다.
그나마 확진자가 많지 않을 때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유행 이래로 한 주에도 확진자가 몇 명씩 발견되고 있다. 퇴원 이후 양성이 확인되거나 사망 이후에 양성으로 밝혀지는 환자도 있다. 게다가 무증상 감염 환자도 있다. 모든 환자를 격리 진료할 수 없어 한 명의 확진자만 들어와도 응급실을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대규모 전체 소독과 역학 조사가 필요하다.
원칙을 지켰더라도 감염의 위험이 있다.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의료진은 격리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응급실은 수시로 폐쇄되었다. 게다가 어떤 환자나 보호자가 감염자일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모든 진료를 수술용 가운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진행해야 하고, 대기시에도 방역복을 갖춰 입은 채로 근무해야 한다. 극단적인 방비책이기에 현장은 세기말 분위기다.
병원 내 확진자 병상은 이미 다 차 있는 상태다. 이전까지 확진자가 발견되면 보건소에 연락해서 정해진 병상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는 서울 시내의 모든 병상이 다 차 있어서 보낼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확진자는 응급실에 체류하게 되었다. 응급실은 감염 방비에 특화되지 않았으며 다른 환자들까지 드나드는 공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확진자가 있는 구역을 통째로 폐쇄할 수 밖에 없었다. 일반 진료에는 차질이 생겼고 다른 병원 응급실에도 확진자가 정체되어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정도면 의료 자원의 한계가 목구멍까지 닿은 상태다. 더 이상 환자가 발생하면 정말로 갈 곳이 없다.
이번 유행으로 팬데믹은 현실적으로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그간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충분한 시간동안 시설이나 방비를 확충하지 않고 관성으로만 해결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현재 의료진은 간신히 근무를 마치면 다음 출근 때는 어떤 위기가 닥칠지 가늠하면서 집에서만 머물고 있다. 작금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종말이 임박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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