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확인 결과 충돌당시 '브레이크등' 미점등
'급발진' 판명 위해 사고기록장치 데이터 분석
구조 과정에서 열리지 않은 '문'…미국서 소송 中
한미 FTA 협정으로 국내 안전기준 충족 의무 無
차주를 사망으로 몰고 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차량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급발진 가능성에 더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허점을 파고들어 온 해당 차량이 국내 자동차안전기준에도 미달됐다는 점에서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서,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등은 지난 9일 서울 한남동 최고급 아파트 ‘나인원한남’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X 사고에 대한 합동조사를 시작했다. 사고 차량은 지하주차장 벽에 정면충돌 직후 화염에 휩싸였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는 사망했다. 차주인 법무법인 율촌의 윤홍근(60) 변호사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 동창으로 알려졌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사고에서 △급발진 여부 △화재 원인 △문 안전성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우선 급발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 측은 현장에서 차량을 압수해, KATRI에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분석을 의뢰했다. 합동조사단이 주차장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벽면에 충돌할 때 차량의 브레이크등은 점멸되지 않았다. 또 대리기사인 A씨(59)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차량이 통제 불능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국과수 측은 윤 변호사의 사망원인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사망원인이 충돌에 의한 충격 때문인지, 화재로 인한 연기 흡입 때문인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질식사로 판명될 경우, 차량 문의 안전성이 문제 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충돌 시 자동차 문은 열리지 않아야 하고 충돌 이후엔 모든 승객이 연장 등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문열림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차량인 모델X의 경우엔 전력 공급이 끊기면 개폐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외부에서 문을 열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아파트 관리 직원, 소방관들이 윤 변호사가 앉아 있던 조수석 문을 열지 못했고, 결국 유압기로 트렁크와 뒷문을 뜯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20분 이상 소요됐고, 윤 변호사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면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테슬라 문손잡이는 해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에서도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나무를 들이받은 뒤 불이 났지만, 구조대원이 문을 열지 못해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테슬라의 독특한 문손잡이가 사망 원인이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 측은 이번 사고 차량에 대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2018년 개정된 한ㆍ미FTA협정에 따라 미국 자동차 업체당 연간 5만대 미만의 차량은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국내 안전기준과 무관하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연간 1만대 가량 판매해, 안전검사를 따로 받지 않는다. 다만 KATRI 측에서 ‘결함’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리콜 조사를 별도로 실시할 수 있다.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차량결함 전문위원은 “이번 사고는 해외에서 발생했던 차량 문, 급발진, 화재 등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일어난 것이기에 합동조사단의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 결과 리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미FTA와 상관없이 리콜해야 하고, 그럴 경우 전 세계 리콜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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