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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다이애나 왕세자비 웨딩드레스, 어떻게 39년 만에 부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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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다이애나 왕세자비 웨딩드레스, 어떻게 39년 만에 부활했나

입력
2020.12.13 09:30
수정
2020.12.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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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코로나19 시대...풍족했던 옛 향수 불러내?
넷플릭스 '더 크라운 4', 다이애나 비의 패션 소환
흑백영화 '맹크', 193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 떠올려

1981년 7월 29일 다이애나(왼쪽)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가 결혼식을 올린 뒤 런던 버킹엄궁전의 발코니에 나란히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81년 7월 29일 다이애나(왼쪽)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가 결혼식을 올린 뒤 런던 버킹엄궁전의 발코니에 나란히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암울한 시기가 이어지면서 걱정없이 풍족했던 과거의 향수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클래식' '빈티지' 라는 단어를 소환해 복고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현재 빈티지 패션에 심취해 있다.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4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등장시켜 1980~90년대 패션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또 19세기에 설립된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선 1500년대부터 현재까지 거슬러 올라온 명품 빈티지백 전시회가 한창이다.

193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담은 영화 '맹크'도 복고 트렌드를 이어간다. 흑백 영화로 만들어져 그 시대를 고스란히 부활시켰고, 여배우들의 화려한 의상은 흑백 화면에서 튀어나올 것 같이 강렬하다. 이들은 어떻게 과거를 소환해 냈을까.

명품 빈티지백 전시회가 티켓 매진된 이유

1990년대 인기 미국 TV시리즈 '섹스앤더시티'에서 극중 캐리 브레드쇼로 출연한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는 펜디의 '바게트백'을 들고 나와 유행시켰다. 펜디는 지난해 이 가방의 재출시를 기념해 파커를 메인 모델로 발탁했다. 펜디 제공

1990년대 인기 미국 TV시리즈 '섹스앤더시티'에서 극중 캐리 브레드쇼로 출연한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는 펜디의 '바게트백'을 들고 나와 유행시켰다. 펜디는 지난해 이 가방의 재출시를 기념해 파커를 메인 모델로 발탁했다. 펜디 제공

봉쇄 조치로 야외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영국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전시회가 있다.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이 진행하는 '백스: 인사이드 아웃'이 그 주인공. 샤넬, 에르메스, 디올, 펜디, 뤼이비통 등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명품 빈티지백 300여점을 전시한 행사다. 코로나19로 인해 두 번이나 지연되면서, 이미 내년 초 예매 티켓이 모두 매진돼 빈티지 핸드백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명품 빈티지백의 생명력은 코로나 속에도 꽃피웠다.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트(Lyst)에 따르면 빈티지 가방 검색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6% 증가했으며, 중고 샤넬과 에르메스, 뤼이비통, 프라다 등이 가장 많이 검색된 명품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에서 진행하는 '백스: 인사이드 아웃' 전시회. V&A 홈페이지 캡처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에서 진행하는 '백스: 인사이드 아웃' 전시회. V&A 홈페이지 캡처

이번 전시도 이들 브랜드의 핸드백이 장식하고 있는데, 기부를 받거나 구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TV시리즈 '섹스앤더시티'에서 캐리 브레드쇼(사라 제시카 파커)가 들었던 펜디의 보랏빛 스펭글 바케트백, 영국배우 제인 버킨을 위해 1980년대 에르메스가 처음 만들어준 버킨백, 전 영국 총리 마가렛 대처의 손때가 묻은 악어 가죽백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전시회의 큐레이터 루시아 사비는 "매일 가방을 들지 않는 폐쇄 기간에도 빈티지 핸드백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며 "가방은 다시 외출할 수 있는 날을 상징하며, 모든 일(코로나19)이 끝난 후 외출하는 것은 훨씬 더 이벤트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39년만에 부활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웨딩드레스

넷플릭스의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4에서 배우 엠마 코린이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재현해 입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4에서 배우 엠마 코린이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재현해 입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4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등장으로 흥미진진한 내용을 선사했다. 수줍은 10대에서 찰스 왕세자를 만나 결혼하고 이혼하기까지 1970~90년대 다이애나 비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당시에도 패션 아이콘으로 꼽혔던 다이애나 비의 스타일을 똑같이 재현하면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자 해외 언론들은 다이애나 비가 입었던 의상을 부활시킨 의상 디자이너 에이미 로버츠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상을 새로 제작했고, 빈티지숍을 돌며 비슷한 의상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더 크라운' 시즌 4에서 배우 엠마 코린은 따듯한 색감의 니트 웨어 등을 선보이며 고 다이애나 비가 환생한 듯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넷플릭스 캡처

'더 크라운' 시즌 4에서 배우 엠마 코린은 따듯한 색감의 니트 웨어 등을 선보이며 고 다이애나 비가 환생한 듯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넷플릭스 캡처

가장 돋보인 의상은 1981년 런던 세인트폴 성당에서 거행된 결혼식에서 다이애나 비가 입었던 웨딩드레스다. 거대한 퍼프와 프릴 장식을 곁들인 소매, 풍성하게 올라온 치맛단, 얼굴을 가리고도 남을 거대한 면사포 등을 그럴싸하게 복제해 내놓았다.

로버츠는 수천개의 진주가 달린 아이보리색의 웨딩드레스를 재현하기 위해 원래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엘리자베스 에마뉘엘 부부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데이비드 에마뉘엘은 당시 웨딩드레스의 디자인 스케치를 가져와 어떤 원단을 쓸 지 논의하는 등 로버츠를 적극 도왔다. 드레스 제작에만 10주가 걸렸고, 5번이나 수정해야 했다. 진주도 200개로 만족해야 했다.

다이애나(왼쪽) 왕세자비와 '더 크라운' 속 배우 엠마 코린. 약혼을 발표할 때 입은 의상이 거의 똑같이 제작됐다. AP 연합뉴스·넷플릭스 캡처

다이애나(왼쪽) 왕세자비와 '더 크라운' 속 배우 엠마 코린. 약혼을 발표할 때 입은 의상이 거의 똑같이 제작됐다. AP 연합뉴스·넷플릭스 캡처

또한 로버츠는 다이애나 비가 약혼을 발표할 때 입었던 의상도 직접 제작했다. 로얄 블루의 재킷과 스커트에 흰색 블라우스는 당시 다이애나 비와 그의 어머니가 런던의 해롯백화점에서 구입한 옷이었다고.

로버츠는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다이애나 비는 어린 소녀의 외모가 아니라 마치 30대의 나이로 보였다"며 "수줍고 어색한 분위기가 역력했고, 그저 인형처럼 차려 입은 모습을 살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흑백영화 속 1930년대 할리우드 아이콘의 드레스

영화 '맹크'에서 193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이었던 매리언 데이비스를 연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운데)가 골드빛 드레스를 입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영화 '맹크'에서 193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이었던 매리언 데이비스를 연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운데)가 골드빛 드레스를 입고 있다. 넷플릭스 캡처

배우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 '맹크'는 1930년대 할리우드를 재조명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상들은 비록 흑백 화면이지만 배우들의 의상으로 화려한 색채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 영화에서 의상은 영화의 황금시대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영화 속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트리시 섬머빌은 1930~40년대 원단의 무게, 색상, 프린트를 조사했다. 화면에서 다양한 톤을 만들려는 조명에 대해선 사진 감독과 긴밀하게 협력했다. 직물뿐만 아니라 단추까지 휴대폰으로 찍어 테스트했고, 녹색과 살구색, 가지 같은 짙은 보라색이 흑백에서 가장 잘 구현된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가 각별히 신경 쓴 의상은 배우 매리언 데이비스 역할을 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드레스였다. 극중 영화제작자인 루이스 B.메이어(알리스 하워드)의 생일 파티에서 데이비스가 선보인 드레스는 흑백 화면을 골드빛으로 물들였다.

영화 '맹크'에서 3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 매리언 데이비스를 연기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비록 흑백 화면이지만 금발머리와 붉은 색 립스틱, 털이 풍성한 코트의 질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넷플릭스 캡처

영화 '맹크'에서 30년대 할리우드의 아이콘 매리언 데이비스를 연기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비록 흑백 화면이지만 금발머리와 붉은 색 립스틱, 털이 풍성한 코트의 질감이 그대로 전달된다. 넷플릭스 캡처

비결은 30년대 유행했던 금실과 은실을 섞어 짠 금박같은 원단인 '라메' 덕분이었다. 이 원단은 빛을 잘 잡아주기 때문에 흑백 화면에서도 굉장히 화려했다.

이 드레스는 영화 속에서 10분 이상 보여줄 정도로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데이비스는 "히틀러는 무능력자 같다"며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남성들과의 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아름다운 외모만 부각되지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여성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섬머빌은 "데이비스의 매혹적인 모습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리겠지만, 다른 남자들에게 도전할 수 있다는 그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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