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매각 가격 8000억~1조 예상
인수 종료 시 볼보·히타치 등과 어깨 나란히
"시너지 효과, 미래 기술 등 성장 잠재력 충분"
두산그룹은 3조원 자구안에 사실상 마침표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대중공업이 유진기업을 제치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현대중공업이 차질 없이 인수를 마칠 경우 현재 세계 건설기계시장에서 20위권인 현대건설기계는 '톱10'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0일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유진기업을 제친 것이다. 양 사는 모두 7,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자금 조달 여력과 인수 후 시너지 등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8,000억~1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거쳐 연내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최종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기계는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10위권 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 건설중장비 미디어그룹인 KHL에서 집계한 '옐로우 테이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두산인프라코어가 3.3%, 현대건설기계가 1.2%로 각각 9위와 22위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더하면 4.5%로 6위 볼보건설기계(4.6%), 7위 히타치건설기계(4.4%)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매각 대상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두산밥캣의 점유율을 감안하면 4%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10위권 입성은 무난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현재 세계 건설기계시장은 미국의 캐터필러(16.2%), 일본의 코마츠(11.5%)가 양강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3위인 존디어(미국·5.5%)부터는 소수점 단위의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통합을 단순히 점유율 합계로 봐선 안 된다"며 "규모의 경제 실현, 공동 딜러망 구축 등 시너지를 감안하면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기 굴삭기, 무인·자동화 등 미래기술 관련 플랫폼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겨진 과제는 현대중공업의 독점 논란이다. 국내 1, 2위 회사간의 결합이기 때문에 양사가 통합될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 기준인 50%를 넘게 된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건설기계 분야는 수입 제한이 없는 완전자율경쟁 시장으로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에 심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종 인수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마무리되면 3조원 규모의 자구안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된다. 두산그룹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키로 하고 클럽모우CC(1,85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모트롤BG(4,530억원), 네오플럭스(730억원), 두산타워(8,000억원) 등을 매각하는 한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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