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 방한서 별도 강연
"북한팀 협상 권한 있었다면 진전 있었을 것"
내달 8차 당 대회서 北 협상 재개 의지 밝혀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뉴스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의 잠재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다음 달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유산'인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계승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종료 직전 사실상 마지막 공식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민간 외교안보정책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을 찾아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특히 지난해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보였던 협상 태도에 안타까움과 정상 간 협상에 중점을 둔 이른바 '톱다운(Top-Down)' 방식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날 연설에서 비건 특별대표는 "어떤 분들은 2년여 간 더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해 실망했냐고 물으실 텐데"라고 말을 꺼낸 뒤 "(나의 대답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년 간 북한을 향해 '70년간의 반목을 뒤로 하고 새롭게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불행하게도 지난 2년 간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면서 "대화의 기회를 움켜쥐는 대신 협상 장애물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실질적 협상을 거부해온 데 대한 불만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닭한마리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비건 특별대표는 하지만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도 내려놓지 않았다. 그는 2018년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싱가포르 합의의 향후 이행 가능성을 놓쳐서 안된다고 강조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 직책(대북특별대표)을 처음 맡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비전(싱가포르 합의)은 여전히 가능하다"면서 "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내달 예정된 북한의 8차 당대회를 언급하면서 "서둘러 외교를 재개하길 북한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 간 협상에 중점을 둔 이른바 '톱다운(Top-Down)' 협상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비건 특별대표는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하노이 회담의 문제점은 카운터파트가 협상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배운 것은 실무협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북측 (협상)팀에 좀 더 권한이 있었다면 큰 진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조찬을 한 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고위 당국자와도 회동했다. 저녁엔 그가 방한 때마다 찾는 서울 광화문 소재 닭한마리 식당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만찬을 했다. 8일 방한한 그는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만찬을 끝으로 방한 일정을 마치고 12일 오전 미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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