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대 목소리를 일축하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낸 데 이어, 공수처 출범도 늦추지 말라는 사실상의 지침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는데, 법안 개정으로 신속한 출범의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늦었지만 이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인사)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이 개정안에서 삭제된 만큼, 후속 절차 속도는 당·청이 결정할 수 있다. '처장 후보 2명 추천, 대통령의 후보자 1명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 처장 임명' 등이 남은 절차인데, 대략 한달 안에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 의의도 다시 한번 짚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의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라고 했다. 특히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 이유와 기능을 생각할 때) 원래 야당이 적극적이고 여당이 소극적이어야 하는데,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왔다"고 했다. 공수처 설치를 저지하려 한 국민의힘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국회 처리 과정이 입법 독주 논란을 부른 데 대해 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신 "숙원" "약속"의 표현을 써서 '공수처 출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절차적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 "절차를 거쳐 국회에서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옹호했다.
문 대통령의 입장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불과 1시간 만에 나왔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반응은, 공수처 설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염원과 맞닿아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일"로 '공수처 설치 불발'을 꼽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정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공수처 설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국민의 명령이며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며 "총리 소속 공수처 설립준비단 책상의 먼지, 이제 털어내고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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