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에 제대로 된 브레이크를 역할을 못했던 국민의힘이 극우세력과 다시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향후 대여 투쟁에 있어 세 확장이 필수적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 밖으로 눈을 돌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섰던 '태극기 세력'과 한배를 타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지난 6월 취임 직후부터 극우세력과의 단절에 초점을 맞췄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이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즉각 제동을 걸면서, 자칫 내홍으로 번질까하는 우려가 당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태극기와 다시 손 잡은 주호영
주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보수 진영 정당·사회단체 대표들과 연석회의에 참석해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현실 인식과 처방에 대해선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정권의 조기 퇴진과 폭정 종식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장외 투쟁을 위한 '반문재인 연대' 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광화문에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왜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며 "광화문 세력과 성난 민심을 모으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태극기 세력'의 상징과도 같은 김 전 지사가 주 원내대표와 힘을 합치겠다고 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곧장 김 전 지사를 비롯해 원외 인사들과 함께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출범시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재오 국민통합연대 집행위원장,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 등이 비상시국연대 7인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당이 할 일 따로 있다" 선 그은 김종인
'태극기 세력'까지 함께 주 원내대표가 '원팀'을 만들자, 당 내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장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과오에 대한 사과를 계획하며 중도층을 향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노선과도 역행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이 할 일과 시민사회가 할 일은 따로 있다"면서 "범야권연대 개념으로 (장외) 투쟁을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향후 어떤 투쟁 방법을 택할지는 필리버스터가 끝난 뒤 생각해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도 이날 "비상시국연대는 주 원내대표 개인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안다"며 "원외에 있는 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문재인도 중요하지만 공들이던 중도는?
그럼에도 당 저변에서는 '태극기 세력'과 손을 잡은 주 원내대표의 행보가 김종인 체제의 리더십과 연결돼, 당내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김 위원장 체제의 비대위는 현 정국 상황에서 반문재인 전선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도층을 더 끌어안아야 한다는 생각도 확고하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당장 김종인 체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내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략과도 직결돼 있다. 반문재인이라는 명분 아래 자칫 김종인 체제 6개월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되고,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비대위 소속의 한 의원은 이날 "태극기 세력과 손을 잡고 장외로 나가는 게 지금 상황에서 책임있는 자세인지 모르겠다"며 "당 지지율이 오를 수록 과거 회귀 본능이 커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