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 악재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 일정이 흔들릴까. 정부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하지만, '내년 2,3월 이후 순차적 도입'이란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 백신 없이 버텨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을 종합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글로벌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승인 일정을 반년 정도 미룰 수도 있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의 부작용을 FDA에 제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중반 쯤에나 FDA 승인을 얻는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에도 '아메리카 퍼스트' 원칙을 적용할 움직임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하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약회사들이 생산한 코로나19 백신은 미국인에게 먼저 맞히고 외국에 공급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인 우선 접종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면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할 수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미 다른 나라와 맺은 공급계약을 미국 정부가 나서서 파기시킬 수 있느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행동에 들어간다면 백신의 해외 공급길은 막힐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현재 백신 물량을 확보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1,000만명분), 화이자(1,000만명분), 모더나(1,000만명분), 존슨앤드존슨(400만명분) 4곳이다. 내년 2,3월 제일 먼저 들여올 물량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었고, 본사를 기준으로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이 미국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는 백신 자체의 효능과 안전성이 관건이라 봤다.
우선 FDA의 승인과 우리나라 식품의약처안전처의 승인은 별개 문제다. FDA가 승인하지 않은 약품을 우리 식약처가 승인해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 식약처가 승인하지 않았는데 FDA는 승인한 경우도 많다. 약품 승인 문제는 각국이 개별적으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이상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검사체계는 미국과 다르다"며 "해외 경험과 심사도 충분히 고려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식약처가 승인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FDA를 참조는 하겠지만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지난 10월 식약처에다 사전 검토를 의뢰했다. 이를 위해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 시험자료를 한국 식약처에다 제출해둔 상태다. 개발이 완료된 뒤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미리 해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건 FDA 승인 여부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지금 진행 중인 3상 임상을 잘 마무리해 우리 식약처를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느냐다.
거기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에 대해 FDA 승인이 지연되는데는, 미국이 자국 제품을 먼저 승인해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FDA의 승인 지연 가능성을 거론한 언론보도에 대해 "자료 제출 미비야 보완을 요구하면 될 일"이라며 "그보다는 시장 선점이 중요한 백신의 특성상 FDA는 물론, 미국 언론들의 팔이 안으로 굽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물량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현재까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위탁생산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내 공장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고, 이 물량 가운데 일부를 한국이 쓰는 방식으로 계약이 맺어졌다는 설명이다. 중요한 건 백신 자체의 효과나 안전 문제라는 얘기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나의 감염병에 대해 여러 제약회사가 다양한 방식의 다양한 백신을 동시다발적으로 생산해 보급하려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보니 이런저런 역학관계가 상당히 복잡하다"며 "서로의 의도, 전략을 잘 파악하면서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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