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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한(17)군이 직접 만든 가죽 명함 지갑을 들고 있다. 양천구 꿈드림 제공
이달 초 서울 양천사랑복지재단엔 특별한 성금이 들어왔다. 기부자는 이재한(17)군 등 '학교 밖 청소년' 6명. 올여름부터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공들여 만든 가죽 수공예품 48개를 팔아 모은 77만3,400원을 기부했다. 모두 처음 해본 기부였다.
배우고 싶은 게 따로 있어서, 제도권 학교 생활이 맞지 않아 등 각기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났지만, 선행의 목적은 같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는, 따뜻한 마음이다.
이군 등은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인 양천구 꿈드림에서 모두 올해 처음 가죽 공예를 배웠다. 처음엔 손바느질이 서툴러 바늘에 손가락이 숱하게 찔렸다고 한다. 비뚤배뚤 구멍을 내 버린 가죽도 적지 않다.

김정훈(19)군이 직접 만든 명함 지갑을 들고 있다. 양천구 꿈드림 제공
우여곡절을 반복하면서 가죽을 다루는 일에도 자연스럽게 '살'이 붙었다. 손이 많이 가는 여권 케이스도 뚝딱 만들어냈고, 나중엔 아이디어까지 내 펭귄 모양의 열쇠고리도 제작했다.
이번 기부는 학교 밖 아이들에 더불어 사는 삶의 즐거움을 일깨웠다. 10일 전화로 만난 김정훈(19)군은 "가족공예반 친구들끼리 수업을 들으며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학교를 나오고 처음엔 사회와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번 나눔으로 나도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느껴 생각이 변했다"고 말했다. 2년 전 학교를 떠난 이군은 청소년 지도사를 꿈꾸고 있다.
소중한 경험은 진로의 길잡이가 됐다. 이군은 "처음엔 너무 손재주가 없어 손재주 좀 키우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젠 가죽공예 디자이너란 꿈이 새로 생겼다"며 웃었다. 2018년 설립된 양천구 꿈드림은 9~24세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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