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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떠났지만 공동체 위해... '가죽 공예 기부'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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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떠났지만 공동체 위해... '가죽 공예 기부' 청소년들

입력
2020.12.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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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한(17)군이 직접 만든 가죽 명함 지갑을 들고 있다. 양천구 꿈드림 제공

이재한(17)군이 직접 만든 가죽 명함 지갑을 들고 있다. 양천구 꿈드림 제공


이달 초 서울 양천사랑복지재단엔 특별한 성금이 들어왔다. 기부자는 이재한(17)군 등 '학교 밖 청소년' 6명. 올여름부터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공들여 만든 가죽 수공예품 48개를 팔아 모은 77만3,400원을 기부했다. 모두 처음 해본 기부였다.

배우고 싶은 게 따로 있어서, 제도권 학교 생활이 맞지 않아 등 각기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났지만, 선행의 목적은 같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는, 따뜻한 마음이다.

이군 등은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인 양천구 꿈드림에서 모두 올해 처음 가죽 공예를 배웠다. 처음엔 손바느질이 서툴러 바늘에 손가락이 숱하게 찔렸다고 한다. 비뚤배뚤 구멍을 내 버린 가죽도 적지 않다.


김정훈(19)군이 직접 만든 명함 지갑을 들고 있다. 양천구 꿈드림 제공

김정훈(19)군이 직접 만든 명함 지갑을 들고 있다. 양천구 꿈드림 제공


우여곡절을 반복하면서 가죽을 다루는 일에도 자연스럽게 '살'이 붙었다. 손이 많이 가는 여권 케이스도 뚝딱 만들어냈고, 나중엔 아이디어까지 내 펭귄 모양의 열쇠고리도 제작했다.

이번 기부는 학교 밖 아이들에 더불어 사는 삶의 즐거움을 일깨웠다. 10일 전화로 만난 김정훈(19)군은 "가족공예반 친구들끼리 수업을 들으며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학교를 나오고 처음엔 사회와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번 나눔으로 나도 누군가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느껴 생각이 변했다"고 말했다. 2년 전 학교를 떠난 이군은 청소년 지도사를 꿈꾸고 있다.

소중한 경험은 진로의 길잡이가 됐다. 이군은 "처음엔 너무 손재주가 없어 손재주 좀 키우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젠 가죽공예 디자이너란 꿈이 새로 생겼다"며 웃었다. 2018년 설립된 양천구 꿈드림은 9~24세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한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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