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오타와그룹, 코로나 의료물품 관세철폐 논의?
이달 16일 개최되는 일반이사회서 제안 예정
정부, "무관세 적용시 국내 제약업계 피해 우려"
정부, 'K-방역' 홍보했지만..."결국 자국기업 이익 먼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약품과 마스크 등 보건의료 물품의 교역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관세 철폐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를 틈타 들어오게 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에게 돌아갈 피해 또한 감안해야 된다는 판단에서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 오타와그룹은 이달 16일 개최될 예정인 WTO 일반이사회에서 코로나19 관련 보건의료 상품의 관세 철폐 및 수출규제 폐지 촉구 등을 포함한 ‘글로벌 교역 및 보건 이니셔티브’를 제안할 예정이다. 올해 초 전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에 산소호흡기나 마스크 확보 등에 실패하면서 적기 대응과 통제에 실패한 일부 국가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이에 대비해 WTO 오타와그룹에선 그간 코로나19와 관련된 보건의료 상품의 자유교역 촉진 방안들을 논의해왔다. WTO 개혁을 위한 소그룹 모임인 오타와그룹에는 한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브라질, 칠레, 일본, 케냐,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및 스위스 등 1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오타와그룹에 속한 우리나라의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WTO의 이런 관세철폐 추진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EU 등 기술력을 갖춘 외국 제약회사들이 무관세 혜택까지 받게 되면 국내 의료산업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메이저 제약회사 10곳이 거의 다 EU 또는 미국 기업들”이라며 “선진국들이 코로나19 시대에 인류 공동의 가치를 내세우며 관세 철폐를 얘기하지만 속내를 보면 자국 기업들의 유리하도록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이와 관련 국내 제약회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인데, 이들 기업들은 최근 관세 철폐에 염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수출규제조치 폐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올해 초 국내 업체의 마스크들이 대량으로 중국에 수출되면서 정작 내수시장에선 수급 불균형을 겪었다. 이런 상황이 재연된다면 수출규제조치를 다시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의료물품의 관세철폐 방안에 WTO 오타와그룹 내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은 엇갈린다. EU와 뉴질랜드 등은 찬성을, 브라질과 멕시코 등은 반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코로나19로 의료물품 공급체계의 교란이 심화됐다고 하지만 이 문제가 꼭 관세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국가 간 공조 차원에서 의료물품 관세를 일부 줄이는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통상 전문가는 “전 세계적으로 K-방역을 홍보했던 우리나라도 결국 글로벌 가치보다는 국내 기업들의 이익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국가 간 공조가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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