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예정이던 발표 일정 내년 2월10일로 미뤄
포드·폭스바겐 청문회 원본 제출 요청 이례적
SK측 '면밀한 검토' 주장에 힘 실려
LG측 "코로나로 인한 단순 연기… 결과 안 바뀔 것"
"미국 정치 상황 감안해 합의 시간 벌어줘" 해석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LG와 SK의 소송전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로 예정됐던 최종 판정 결과 발표를 내년 2월10일로 두 달 연기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히면서다.
양사 배터리 소송건에 대한 ITC의 연기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ITC는 당초 10월5일로 예정됐던 최종 판결을 같은 달 26일로 3주간 미룬 데 이어 12월 10일로 또 다시 연기한 바 있다. 갈수록 연기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ITC가 공식적인 연기 사유에 대해선 함구하면서 이를 둘러싼 해석도 다양하게 흘러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ITC의 이번 연기는 발표 이전부터 이미 예상됐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로 원고가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서류작업에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만 ITC 최종판결이 연기된 사례가 50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ITC에서 지난달 양측 변호인으로부터 포드와 폭스바겐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문회 내용의 원본을 제출 받았다는 점이다. 포드와 폭스바겐은 현재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나올 배터리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이는 ITC가 미국 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 차질 문제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ITC가 최종 판정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조기 패소 예비판정 이후 SK가 열세에 놓였던 ITC 소송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단순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SK이노베이션의 주장처럼 ITC가 영업비밀 침해 여부와 미국 전기차 산업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해 꼼꼼하게 살필 의중에서 최종 판결을 미뤘다면 공청회 개최 등 다른 조치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 측은 "ITC에서 연기 이력이 있는 소송 14건 중 현재까지 9건의 소송에 대해 최종 결정이 내려졌고, 모두 관세법 위반 판결이 나왔다"며 연기가 되더라도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정치 지형도다. 만약 ITC가 예정대로 10일 최종판결을 내렸다면,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은 트럼프와 바이든 2명이 된다. 따라서 ITC가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연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현재 SK배터리 공장이 건설 중인 조지아주는 내년 1월5일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상원 다수당이 결정되는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조지아주와 관련된 이번 소송이 ITC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는 친환경 정책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이며 일자리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ITC가 영업비밀 침해 여부만을 판단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며 "ITC 소송이 대부분 합의로 끝난 전례에 비춰봤을 때도 양사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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